어떤 자동차 광고 장면에서
멀리 꾸불꾸불 돌아가는 산길을 본 그녀가
소스라쳐 놀란다

저거 뱀 아니야?

우리가 가는 길
살아내야 할 길

부드럽게 돌고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직면하면 언제나 뱀처럼 꿈틀거리네

멀어지면 아름답고
가까우면 소름돋고


"멀어지면 아름답고/ 가까우면 소름돋고." 삶과 인생의 본질을 이만큼 적확하게 표현한 시가 또 있을까. '삶'과 '길'에 대한 성찰을 보이고 있는 이 시는, 이상호 시인의 9번째 시집 <너무 아픈 것은 나를 외면한다>에 실려 있다. 이 시에서, 삶과 관련된 이미지로 '산길'과 '뱀'이 사용되고 있다. 어느 자동차 광고 장면에서 그녀와 함께 본 "멀리 꾸불꾸불 돌아가는 산길"은 유선형의 아름다운 '뱀'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멀어지면 아름답고" 가까이에서 직면하면 "소름 돋"는 속성의 유사성에 대한 성찰이다. 그렇다면 '산길'이란 무엇인가. '길'은 '가는 길'도 있고 '오는 길'도 있다. 오고 가는 삶의 과정, 그러니까 '길'은 삶의 이동, 시간의 흐름, 역동성을 표상한다. 그러나 '산'은 수평이 아니라 수직성이 강조된다. 그러므로 시인이 묘사하는 '산길'은 언제나 '가는 길'이며 '살아내야 할 길'이면서 수직으로 올라가는 길, 곧 그 수직의 정점이 '죽음'을 향해 있는 '길'이다. 그래서 '산길'은 아내(그녀)와 함께 뱀처럼 꿈틀거리는 현실을 직면하면서 "살아내야 할 길"이자 너무나 분명하게 (죽음을 향해) '가는 길'이다. 굴곡진 삶의 고통을 껴안으면서 함께 가는 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어떠한 내적 필연성이나 유기적 완결성, 그리고 환상적 낭만성 등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삶은 그다지 완벽하지 않을뿐더러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파편적이고 우연적이며 때로는 비참하기도 하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 맞닥뜨리게 되는 파열음과 마찰음은 우리로 하여금 삶과 존재의 본질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그런 삶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은, 그 팍팍하고 험난한 삶을 살아내고 견뎌내고 이겨낸 뒤에 느끼는 소회라고 할까. 고통이 없으면 쾌락도 없다는 역설적 표현이기도 할 것이다. 아주 단순한 이 시를 보면서 우리의 삶과 인생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강동우 문학평론가·가톨릭관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