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은 화수시장서 장사하거나 주거시설로 활용
태풍에 슬레이트 떨어져 '1급 발암물질' 뒤늦게 인식
▲ 인천 동구 화수시장이 태풍에 석면과 슬레이트로 만들어진 지붕과 시설물이 피해를 입었다. 26일 화수시장에서 상인들이 구멍난 천장아래서 작업을 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비, 바람으로부터 시장을 지켜주던 지붕이 발암물질인 석면이라니 한숨밖에 안 나오네요."

26일 오전 10시 인천 동구 화수동 화수자유시장. 시장에 몇 남지 않은 상인인 최애임(69)씨는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40여년 된 시장 지붕이 석면으로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최근 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시장에 가보니 지붕에서 떨어진 석면 슬레이트들이 바닥에 나뒹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위험천만하게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슬레이트도 보였다.

최 씨는 "시장을 오는 사람 발길이 끊기면서 상인들이 살기 시작했는데, 반 평생을 석면 아래 산 것과 다름없게 돼버렸다"고 말했다.

화수자유시장을 뒤덮고 있는 지붕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 등을 섞어 만든 슬레이트다. 최근 태풍 링링의 강풍으로 슬레이트 지붕이 군데군데 떨어지면서 이제서야 상인들은 지붕이 석면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제는 석면 지붕 아래에서 상인들이 장사를 하고, 또 다른 상인들은 집으로 개조해 살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 개장한 화수시장은 과거 지역 대표 시장이라 불릴 만큼 유명했다. 하지만 주변에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은 끊긴지 오래다. 현재 시장에는 23곳의 점포가 남아있고, 이중 4곳만 장사를 하고 있다.

남아 있는 점포들은 장사를 하지 않더라도 주거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손님들이 떠나자 시장의 기능이 사라지면서 상인들은 거주를 택했다. 개조된 점포는 대부분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창문을 천으로 막았다.

40년 동안 시장에서 신발을 팔고 있는 유재호(81)씨는 "아내와 함께 1층에서는 신발을 팔고, 2층에서는 생활을 한다"며 "40여명의 어르신들이 시장 안에 살 정도로 대부분의 상인들은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윤재실(민·가선거구) 동구의원은 "현재 어르신들이 석면을 덮고 자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석면 철거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구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인지하고 방안 마련을 위해 토지 소유주들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며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구비로 전액 철거할지 여부는 고민해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