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이후 24일 5차 강화 송해면, 25일 6차 강화 불은면, 26일 7차 강화 삼산면에서 사흘 연속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농가가 발생하며 돼지 살처분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26일 인천 강화군 불은면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을 마치고 매몰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난 17일 국내 처음으로 파주시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후 지역 곳곳에 연이어 발병하면서 긴박한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발병할지 누구도 알지 못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는 전날 파주 연다산동 돼지농장에서 모돈(어미돼지) 5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에 따라 경기도 위생시험소에서 폐사축에 대한 시료를 채취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검사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 판정이 났다.
정부는 해당 농장에 대한 즉시 살처분과 함께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끌어올린 뒤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농장과 도살장 등을 대상으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 6개 시·군은 공동방제단을 꾸려 소독차량을 총동원해 집중소독하고 생석회 공급량을 다른 지역보다 최대 4배까지 늘려 축사 주변에 살포했다.

이 같은 수습에도 같은 날 연천군 백학면 돼지농장에서 어미돼지 1마리가 폐사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다음날 양성 판정이 나 두 번째 발생농장이 확정됐다.
한동안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정 농장이 없어 한시름 놓는가 싶었지만, 김포시 통진읍에서 세 번째 확진 소식이 나왔다. 불과 나흘만이다.
농림부는 지난 23일 김포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를 받았고 이날 확진을 밝혔다.
한강 이남에서 발병하는 첫 사례여서 질병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확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농장은 하루 1곳이었지만, 24일 이후 하루 2곳의 돼지농장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가 됐다.
24일에는 파주시 적성면과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2곳의 돼지농장에 양성 판정이 내려졌다.
특히 파주시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방역당국의 방역망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게 됐다.
다음날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에서 6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데 이어 26일에는 강화군 미산면에서 7번째 확진 농가가 나왔다. 또 이날 연천군 청산면, 양주시 은현면, 인천 강화군 강화읍 등 4곳의 돼지농장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양주지역 신고는 처음이다.

이들 농장에서 모두 양성판정이 나올 경우 국내 발병 농가는 10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양돈농가들은 하루아침 수많은 돼지를 살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억울하면서도 명확한 방역 대책이 나오지 않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지역 전체로 확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당국이 진행 중인 역학조사는 최대 6개월까지 시간이 걸려 하루 사이에 잇따라 터진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경로가 확인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국내 유입 경로가 아직 안갯속이지만 원인 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국내 처음 발생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원인 파악이 조금 걸리고 있다"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잠복기(4~19일)를 고려할 때, 최초 발생 후 3주간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 기간 방역에 최고 수준으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채은 기자 kc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