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를 보며 참 인생이 만만치 않고 세상이 복잡하다는 것을 새삼느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 했던가. 역시 옛말이 틀리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조국 사태는 단순히 '수신제가…' 하기에는 더 복잡하고 많은 변수들이 관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에게서 가장 사랑 받고 있는 반려견을 예를 들어 살펴보기로 한다.
주인이 있는데, 그 집 반려견이 좀 사나워 집을 잘 지키다가도 자주 주인과 동네 사람에게 으르렁대고 위협하는 행동을 보인다. 그래서 주인이 힘 센 부하 중 하나를 지목해 개를 좀 잘 다스리고 조련시켜 보라고 명했다. 그래서 이 부하가 개를 손보려 했는데, 동네 사람들이 보니 이 사람 손이 또 냄새가 나고 지저분한 것이었다. 그래서 손보기 전에 우선 네 손이나 닦으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 식구 같은 반려견이 달려들어 냄새나는 지저분한 손을 물어 당기고 있다. 보통 개들은 조련사 앞에서 양순한데 이 반려견은 자기를 훈련시킬 것을 알고 아주 세게 덤벼들고 있다. 사태가 복잡하게 돌아가게 된다. 인간과 반려견의 싸움 정도로 보인다. 적당한 비유를 찾다 보니 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들)가 생각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먼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문제의 본질은 반려견에 있다. 개가 온순하고 집을 잘 지키고 동네 사람들에게 사납게 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주인도 문제다. 기왕에 반려견을 손보려면 좀 손이 깨끗한 부하를 고를 것이지, 힘이 장사라는 이유 하나만 가지고 자기 몸도 깨끗하지 못한 대상을 고른 격이다.
셋째, 동네 사람들도 문제다. 개를 손보는 게 중요한데, 사나운 개는 보지 않고 손볼 사람의 더러운 손만 본다. 이것은 달을 가르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상처 난 손가락만 보는 꼴이다.

넷째, 부하도 문제다. 자기가 몸이 더러우면 몸부터 깨끗하게 씻고 나올 것이지, 더러운 몸으로 나오니 냄새를 잘 맡는 개에게 물리지 않겠나. 그리고 평소에 자기가 깨끗한 척하며 얼마나 맞서왔나.
이제 문제에 대한 분석이 어느 정도 되었으니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생각해 보자. 방법은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첫째는 사나운 반려견을 우선 제압하고, 개를 다스리는 사람의 손을 깨끗이 하는 일이다.
둘째는 개를 훈련시킬 사람이 지저분하니 다른 사람을 골라 개를 다스리게 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반려견의 사나움을 진정시킬 훈련사가 없고, 이 개가 워낙 사나워 자기 잡을 사람을 또 물 것이란 염려도 있다. 그렇다면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조련할 중지를 모아야 하는데, 의견들이 나뉘어 분분하다.

이 동네가 평온하게 잘 지내기 위해서는 개는 꼭 필요하다. 개는 코가 발달해 냄새를 잘 맡고, 집도 잘 지키며, 주인에게 귀엽게 보여 인간과 같이 사는 반려견이라고 한다. 그런데 너무 사랑을 받다 보니 이제는 자기가 주인으로 착각하고, 때로는 주인에게 대들고, 동네 사람들에게 으르렁댄다. 뭔가 조련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이 반려견을 잘 훈련시킬 조련사가 조국 이외에는 정말 없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