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여름철 北서 바이러스 넘어와 이제 발생" 진단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경기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앞으로 추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가 생겨날 수 있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철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넘어와 전역에 퍼졌고, 이제야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시점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출하된 돼지들의 농가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방역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에서는 지난 5월25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했다. 접경지역 발병 농가의 위치가 북한과 가깝다는 점과 바이러스가 여름철에 더 빠르게 퍼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추론이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파주시 연다산동의 양돈농가에서 지난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확진 판정이 난 데 이어 18일 연천군 백학면, 23일 김포시 통진읍에서 연이어 확진 판정이 났다. 다음날 파주시 적성면에서 또다시 발병했으며 지난 24일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에서 5번째 확진이 났다.

25일에는 인천 강화군 불은면과 양도면, 연천 미산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들어온 상태인데 이날 오후 7시 30분 기준 강화군 불은면 농가는 양성, 양도면은 음성 판정이 나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증세를 보인 농가들은 모두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이동이 이뤄졌고, 서로 연결고리를 보인다.

북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시점부터 약 3개월 동안 접경지역의 발생 농가를 들른 차량이 다른 시설을 방문하고, 이 농가를 방문한 다른 차량이 또 다른 농가를 방문해 전염됐을 역학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예제길 양돈수의사는 "북한 한탄강 부근은 돼지가 없을 정도로 주변 환경이 전염 원인균이 만연해 있는 상태로 보인다"면서 "대개 환경오염 확산이 반경 5㎞인 것을 감안하면 여름에는 그 범위가 더 넓어진다. 이미 다른 농장도 퍼졌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농림부에 따르면 1차 파주 연다산동의 농장에 출입한 축산 관련 운반 차량은 2차 연천 백학면 농장에 드나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4차 파주 적성면의 농장에 드나든 축산 관련 운반 차량은 1차 농장도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2차 연천농장에서 출하한 돼지 운반 차량이 A축산시설을 출입했는데, 3차 김포 통진읍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 운반 차량도 마찬가지로 A축산시설을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2차·3차 농장은 간접적인 역학관계에 놓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진 시점을 기준으로 서로 역학관계를 파악해 의심 농가에 대해 선제적으로 방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 수의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은 양돈산업에 큰 재앙이기 때문에 일종의 '가상필터' 작업을 통해 역학관계에 있는 농장들을 파악해 방역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양돈산업에 대해 자유경제 시스템이기 때문에 국가가 규제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국제적 사안이기 때문에 국가가 직접 나서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채은 기자 kc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