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얼마 전 오랜 시간 논란이 이어졌던 강원도 설악산 케이블사업이 무산됐다. 환경부는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강원도 양양군은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은 설악산 오색약수터부터 해발 1468m 정상까지 총 3.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양양군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양양군은 케이블카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케이블 설치 공사로 인해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위협을 받을 수 있고 산 정상에 서식하는 희귀식물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산 정상 지역의 과도한 지형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렇다면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사업이 환경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한 '환경영향평가'는 무엇인가. 이는 '환경영향평가법'에 의거해 대형 국가 과제 시행 전에 미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평가하는 것으로써 환경부는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사업의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환경영향평가는 몇가지 맹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설악 케이블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과와 관련해서 몇 가지 반드시 지적할 사안들이 있다.

첫째, 환경영향평가는 '현재'의 상태를 별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환경영향평가는 미래(시행 과정과 시행 후) 설악산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분석했지만 현재 설악산의 상황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 케이블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의 사람들은 케이블 기둥 및 정류장 설치 과정 그리고 설치 이후의 정상부의 자연이 훼손될 수 있다는 부분만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 설악산의 생태계를 더욱 위협하는 것은 바로 '등산객의 발'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등산로를 벗어나는 '나쁜' 등산객의 악영향뿐만 아니라 등산로를 이용하는 수많은 '착한' 등산객으로 인해 설악산의 생태계가 훼손되는 부분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등산로를 이용한 등산객은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 있는 부분은 당연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가 지금처럼 '시행 후'만을 평가하기보다는 '기준 선'과 '시행 후' 둘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둘째, 환경영향평가는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환경영향평가는 '예비타당성조사'가 아니므로 경제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경제성이란 케이블카 비용 대비 운영수익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경제성은 항상 현재의 환경훼손 상태와 미래의 환경훼손 상태의 차이까지 화폐가치로 표현할 수 있다. 또한 경제성에는 고령이나 몸의 불편함으로 인해 산을 오르지 못하는 등산객이 누릴 편익도 고려될 수 있다. 특히 경제성분석에서는 케이블카 설치를 포함한 다양한 대안들까지 함께 고려될 수 있어 최적의 대안을 찾을 수 있고, 사안 자체가 비용 대비 편익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예산 투자의 '비용-효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셋째, 환경영향평가는 정량적 평가보다는 정성적 평가가 대부분이다. 생태계 훼손이 된다면 최소한 '물리적 단위'(몇 마리, 몇 그루, 몇 제곱미터)로 표현되어야 하는데, 환경영향평가서는 '~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정도로 평가한다. 이렇다 보니 명확한 근거를 제공할 수 없게 되어 법적 소송을 포함한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훼손에 대해 정량적 평가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보완할 다양한 최근 연구결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새로운 접근 방법의 도입을 게을리하고 있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케이블카는 자연을 훼손할 수 있다. 그러나 케이블카가 없는 현재가 자연을 더 훼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 훼손되고 있는 자연환경은 케이블카 운영 수익을 통해 복원할 수 있다는 논리는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로지 돈에 눈이 먼 지자체의 수익사업의 하나로만 여기고 접근한다면 앞으로 국내 여러 지자체에서 시행할 자연이용 시설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지자체와 환경부는 케이블카 등 '자연이용 시설 이용 수익을 이용한 자연환경 보전'이라는 '선순환 구조'에 보다 큰 관심을 두고 여러 분쟁 사항들을 사전에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