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어르신들로부터 '소학교'도 나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가끔 들었다. 1894년 갑오개혁에 따라 현재의 교육부와 같은 정부 기구 '학무아문'이 설립됐다. 이듬해 학무아문이 '학부'로 명칭이 변경된 후 인천, 경기 등 전국에 소학교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소학교로 태동한 경기 과천초등학교가 개교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에 나섰다. 과천초는 그동안 1912년 4월1일 일본인 이와키리 교장이 부임한 일시를 개교년도로 삼아 왔으나 실제 개교년도인 대한제국 당시의 1900년으로 바로잡겠다고 한다. 일제가 통감부 이전 구한말 소학교 역사를 지운 탓이다. 경기도는 일제잔재 청산을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1907년 인천 동구 소재 창영초등학교가 설립됐다. 인천 최초의 공립소학교이다. 창영초는 100년 전 인천 만세운동의 발원지였다. 최근 이 학교가 73년간 불러오던 교가를 바꾼다고 한다. 친일 인사 임동혁이 작곡했기 때문이다. 일제 잔재 청산이다. 교가에서 일제잔재를 털어내겠다고 선언하는 학교가 인천, 경기, 서울, 광주, 울산, 충남 등지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교가에 남은 성차별 의식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한 달여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초·중·고 '교훈·교가에 담긴 성차별적 요소'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인천 510개교 중 12.7%인 65개 학교가 양성 평등에 어긋나는 교가여서 이 내용을 해당 학교에 통보했다고 한다. 남녀의 사회적 역할과 비중이 대등해지는 현실에서 남존여비라든가 가부장제 문화가 허용될 리 없다. 교육 현장에 은둔한 성차별 의식은 양성 불평등이 명백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속성은 불평등, 불공정의 한국 사회를 적절히 표현하는 속담들이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 만인의 평등 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교육의 계층 이동 기능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교육 평등은 허물 수 없는 영역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도 집단 교육에 활용되는 교가가 양성 불평등 독소로 은연 중 반복된다는 지적일 것이다. 남녀공학 학교의 교가에 '건아들'과 같은 단어가 사용되고, 여학교에 '곧은 절개' '순결' 등의 단어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교육평등의 관점은 시대와 국가에 따라 변화하고 다르게 적용된다. 학교의 지식이 지배집단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한 것이어서는 결코 교육평등에 이를 수 없다. 교가의 성차별 요소도 같은 맥락이다. 인천 I대학의 교가는 친일음악가 현제명에 의해 작사·작곡됐다. 교가 내용에 성차별적이거나 친일잔재의 내용은 일단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