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수 프레임인문학독서포럼 회장

 

포노사피엔스(phono-sapiens)는 2015년 3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포노사피엔스 시대가 도래했다는 내용을 실은 표지 기사에서 처음 나온 신조어다. 호모사피엔스(지혜로운 인간)에서 진화한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라는 의미이다. 즉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이용하면서 소비하고 즐기고 생활하는 현재의 인류를 뜻한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의식주를 해결하는 인간을 말한다.
스마트폰의 접속을 기다리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자연스럽게 장악해 가고 있다. 2018년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대 기업 중 7개 기업이 포노사피엔스를 기준으로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표준을 제시해 성공한 기업들이다. 1위 애플, 2위 아마존, 3위 구글, 4위 마이크로소프트, 5위 페이스북, 6위와 7위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이다.

전 세계 플랫폼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반도체는 한국이 부동의 1위이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스콧 갤러웨이 교수가 2017년 출간한 <플랫폼제국의 미래>에서 새로운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4개의 기업은 가파(GAPA,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이다.
1995년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현재 1억1000만명의 프라임 고객이 연회비 119달러를 내면서 아마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올해 국내 대형마트 3사의 식품 매출액은 16조4000억원으로 이커머스 업체의 16조9000억원보다 적어 이미 역전이 시작됐다. 이마트는 올 2분기에 최초로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이마트는 신선식품을 자택으로 배달해주는 아마존플래시, 무인결재시스템의 아마존고를 모방하여 이제서야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국내 카카오뱅크는 모든 규제를 완화해 플랫폼을 통해 1년만에 680만명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기존 은행들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 미국의 장난감 상점 토이저러스와 125년 전통의 시어스백화점은 이미 파산했다. 100년 전통의 타임지도 파산 후 인수됐다. 미디어산업도 1인 유튜버와 미디어커머스 산업으로 급속히 이동 중이며, 2001년 3조3470억원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2019년엔 12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스미디어를 활용한 광고에 의한 소비는 점차 줄어들고 인문학적 소양에 기반한 종합예술과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팬덤에 의한 소비문화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문명의 교체는 이미 시작됐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고 국내에 2009년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10년 만에 최고의 보급률 95%를 기록했다. 전 세계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36억명이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고, 2022년엔 80% 이상이 사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새로운 디지털시장이 폭발적으로 확장하면서 플랫폼 사업은 기회를, 반대 쪽인 기존 시장은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경험한 포노사피엔스들은 이제 표준을 바꾸고 있으며 문명의 표준이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변화하는 문명과 기술의 발전 속도를 법률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택시와 우버의 다툼처럼 곧 모든 영역에 닥치게 될 것이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5G 시대엔 기존의 중앙집중형 클라우드 시스템의 서비스 지연 시간을 축소하기 위해 분산처리 방식인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 서비스로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음악소비의 변화를 미래 산업 변화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지표로 삼아 30년간 이 가설로 산업과 사회의 변화를 예측했다. 독일의 아디다스는 '스피드팩토리'란 제조 솔루션을 이용해 로봇과 3D프린터가 신발을 만든다.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생산에 들어가 5시간이면 제조가 완료돼 주문 후 24시간 내에 택배로 고객에게 배송된다. 연 생산 50만켤레의 자동화된 설비라인에 직원은 고작 10명이면 충분하다. 이러한 생산효율성과 온디맨드 소비 방식이 산업분야의 제조방식까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전공·비전공을 막론하고 소프트웨어와 코딩 교육을 통해 구글링, 유튜브를 매일 보며 개발자들이 만든 오픈소스를 풀어가며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 인재를 필요로 한다. 기술적으론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디지털플랫폼,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3D프린터, 스마트팩토리까지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식이다. 공공기관이든 기업이든 이러한 인재를 스카우트하거나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재을 육성하거나 시급히 혁신해야 할 것이다. 핵심부품과 핵심재료를 만드는 핵심기술과 원천기술을 개발하여 세계시장에서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