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민 정치부 기자

2007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고졸 신인이었던 SK 와이번스 김광현은 깜짝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SK가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밀린 상황이었다. 상대는 22승을 올린 두산 베어스의 다니엘 리오스. 1차전 완봉승을 거둔 투수였다.
김광현은 그해 고작 3승을 기록했다. 의외라는 반응이 당연했다. '버리는 카드'라는 얘기도 나왔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광현은 8회까지 마운드에 오르면서 1안타만 허용하고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삼진은 9개나 잡았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SK에 큰 투수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이듬해 16승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한국시리즈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으며 인천 SK의 4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에이스는 여전히 그의 자리다.

김광현은 라이벌로 꼽히는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과 10여년간 한국 프로야구 마운드를 상징해왔다. 반짝하는 투수, 압도적 구위를 선보인 외국인 선수는 있었지만 이들 만큼 꾸준하진 않았다. 혹자는 '아직도 김광현, 양현종이냐'고도 한다. 새로운 스타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푸념이다.
변하지 않은 건 에이스만이 아니다. 김광현이 인천 야구팬을 설레게 한 무렵부터 월미은하레일은 애물단지가 됐다. 현행법에 어긋나는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 문제도 불거졌다. 배다리 산업도로는 지역사회 반대에 부딪혔고, 버스 준공영제 재정 지원금은 이제 1000억원대 규모로 불어났다. 인천시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고백하자면, 해묵은 현안을 되풀이해서 쓰는 게 편하기도 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요즘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힘든 일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10년 넘게 미뤄졌다"는 말을 반복한다. 난제를 떠안은 푸념일 수도, 조금씩 실타래가 풀리는 점을 강조하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박남춘 호'로 갈아탄 지 1년 지난 인천시는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붉은 수돗물' 사태로 시련도 겪었다. 수도권매립지와 폐기물 정책에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라는 암초도 만났다. 10년 넘은 현안들도 여전하다.
아직도 김광현은 에이스지만, 10년 전의 김광현은 아니다. 그는 더 이상 직구와 슬라이더 실밥만 쥐지 않는다.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도 능수능란해졌다. 어깨 부상과 팔꿈치 수술도 딛고 일어섰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으면서도 진화해왔다. 인천 야구의 에이스에서 인천시의 미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