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운 인천대 명예교수·한국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 회장

인천에서 시작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붉은 수돗물 사태가 일어난 후 수많은 민원을 받으면서도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디를 어떻게 조치해야만 사태가 해결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무엇보다도 땅속에 있는 상수도 시설물 관련 디지털 정보가 얼마나 구축되어 있는지, 그나마 있는 자료도 얼마나 정확한지 확신하지 못해서 관련 기관끼리 협력하지도 못했다.
물론 이러한 사정은 인천만의 일이 아니다.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 문제가 발생하였지만, 이후 전국에서 도미노 현상처럼 붉은 수돗물 문제가 발생되었고, 급기야는 정부 차원의 각종 대책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실정은 지하에 설치된 상수도 시설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지하에 거미줄처럼 설치된 각종 형태의 가스관, 전력 설비, 하수도관, 난방관 등도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하에 설치된 각종 관로들의 위치나 상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어떤 공사를 진행하다가 다른 관로를 건드려 수돗물이 솟구치고 가스 공급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지하 시설물의 체계적 관리에 대한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과거에 매설된 각종 자료를 좀 더 과학적으로 관리한다고 GIS 자료화가 시도되기도 했지만 단순히 과거의 도면을 전산화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도 최근 자료와 과거 자료 간 정확성이 크게 다르다. 과거 도면에 대한 정확성 확인이 부족한 상태로 그대로 자료화하여 자료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비상사태가 발생되면 매번 우왕좌왕하게 된다. 앞으로 일본 고베와 같은 큰 지진이 발생되거나 대규모의 가스, 화재 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이제 적극적으로 이에 대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로 다른 것보다 우선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하시설물에 대한 명확하고 정확한 디지털지도가 준비돼야 한다. 차량을 운행할 때 네비게이션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가고자 하는 도로의 교통상황이 어떠한지, 어디에서 사고가 났는지, 어디로 가야만 더 빨리 도착지에 갈 수 있는지를 네비게이션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상에서의 일이지만 지하도 지상과 같다고 보면 된다.

지상에 수많은 도로와 건물이 있듯이 지하에도 수많은 관로와 시설물들이 있다. 평상시의 운영뿐만 아니라 비상시 종합적이고 신속한 대처를 위하여 디지털 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료가 바로 디지털지도이다. 디지털지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종 형태의 자료가 통일성이 있고 상호 공유나 호환이 가능하도록 구축돼야 한다.

디지털지도에 있는 각종 자료의 정확성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사용되는 네비게이션의 정확도가 크게 다르듯이 만들어진 디지털지도의 정확성은 매우 중요하다, 지하에 있는 시설은 눈으로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확성이 떨어진 자료를 활용한 각종 계획이나 대처는 오히려 문제를 야기하기가 쉽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요망된다. 예를 들어, 동일한 관로라 할지라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자료는 별도로 관리하면서 지속적으로 정확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상당한 기간이 경과된 이후에는 모든 자료의 정확도가 크게 향상될 것이다.

또한 지하 시설물의 통합관리를 위한 제도 마련과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다. 가급적 공동구를 설치하여 복잡한 지하 시설물들을 단순화하여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각종 시설에 대한 정기적 유지 관리가 가능하도록 제도 정비도 이루어져야 한다. 땅속 수도관을 찾아 곡예를 한다든지, 정기적으로 점검을 하라고 하지만 목숨을 내놓지 않고서는 평소에 점검을 할 수도 없어 그저 사고가 나지 않기만을 기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합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완비하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을 설치하고 첨단기기를 설치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그 시설들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지하에 있는 각종 인프라 시설들을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여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대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