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량진역 구내에 있는 '철도시발지' 기념비.


보름 전 서울 노량진역을 방문했다. 사전에 연락을 받은 담당자는 안전모와 야광 조끼를 내줬다. 보호 장구를 갖춘 후 역무원의 안내를 받으며 플랫폼 아래 제한구역으로 내려가 철길 옆을 걸었다. 바로 옆으로 쉴 새 없이 기차들이 지나갔다.
400m 가량 한강 철교 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철도시발지(鐵道始發地)' 기념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단을 포함해 5m는 족히 되는 기념비 앞에 서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끄트머리 감정은 씁쓸함이었다. '1899년 9월 18일 철도역사의 장이 열리고 경인간 33.2㎞의 철도가 뚫린 그 날로부터 76주년 철마라 불리우던 증기시대를 거쳐 디젤기관이 철길을 누비더니 이어 전철의 막이 휘날리며 철도가 반석 위에 오른 오늘을 못내 그날의 감격을 되새기며 유서 깊은 철도 효시의 요람지 여기 한강 마루에 이 기념비를 세워 기리 새 모습의 철도를 기리리라.' 기단 뒷면에 '휘호 국무총리 김종필, 글 시인 서정주, 1975년 9월 15일'이라고 적혀 있다.
이 땅에서 철마가 기적을 울리며 처음 바퀴를 굴린 곳은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인천역이 틀림없다. 대한민국 철도의 시발지는 인천이다. 현재 노량진역 구내에 '철도시발지' 비가 세워져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역사 오류이다. 모든 것을 서울 중심으로 본 당시의 세태 탓이다.
이제라도 잘못 알려진 사실은 바로 잡아야 한다. 철도시발지 비를 인천역 구내에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 철도 개통 120주년을 맞아 인천시립박물관은 특별전 '다시 철도, 인천이다'를 열고 있다. 시립박물관은 이 특별전을 통해 '철도시발지(鐵道始發地)' 비를 한강 마루가 아닌 인천역 구내에 옮겨 세웠다. 궁금하시다면 다음 달 27일까지 시립박물관에 오셔서 그 모습을 확인해 보시길 권해 본다.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