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아로 몰려 인권유린을 당한 4691명의 선감학원 원생들의 '恨(한)'이 이번에 풀릴까. 국회가 안산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19일 발의했다. 권미혁(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선감학원 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은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피해자 유족에게 보상금 및 의료비 등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42∼1945년 부랑아 교화를 명분으로 안산 선감도에 설립·운영된 소년 수용소 선감학원은 8∼18세 아동·청소년 수백명을 강제 입소시켜 노역과 폭행, 고문을 자행한 인권유린 현장이었다.

선감도의 비극은 해방 후 1946년 경기도로 관할권이 이관돼 1982년 폐쇄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인권을 유린했던 사실이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부터 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33년 동안 이 섬에서 어떤 끔찍한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소년들이 죽어갔는지 그 전모를 자세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경기도는 인권유린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와 그에 상응하는 피해자 지원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선감학원이 수면위로 올랐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베일에 가려져있던 선감학원의 실체에 대해 진상규명해야 한다. 뒤늦게나마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해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법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내년 총선이란 이유로 유야무야 미뤄선 안된다.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증인들이 나이가 많고 대부분이 무연고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어 법제정이 늦어지면 진상규명은 어려워진다. 현재 선감학원과 관련된 자료는 관련 자료를 고의로 훼손했는지 아니면 분실했는지도 불명확하다. 그러나 생존 피해자들의 증언만으로도 경기도는 스스로 알고 있는 진실을 고백해야한다. 진실이 묻히면, 역사는 또 같은 폭력을 반복한다. 진상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 명확한 진상을 규명한 뒤 억울하게 죽어간 아이들과 생존자들에 대한 사과 및 위로, 피해지원에도 성의를 다해야 한다. 국회는 이번 9월 국회에서 진실규명이란 역사적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여 반드시 특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