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파주 의심농가 '음성판정'에 한시름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하루였습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진으로 17일 홍역을 치렀던 파주의 양돈농가가 20일 또 다른 농가에서 폐사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모두 망연자실했다.
다행히 21일 폐사한 사체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 ASF 음성이라는 판정에 한시름 놓았지만 아직까지 긴장의 연속이다.
특히 20일 폐사한 덕천리의 양돈농가 인근에는 불과 수십여 m 옆에 5개의 농가가 인접해 있었고 확진발생 반경 3㎞ 이내의 돼지를 살처분할 경우 5만여 마리가 대상이 됐기에 사실상 파주지역 양돈농가에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덕천리 인근 한 양돈농가는 "바로 옆에서 ASF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우려가 현실로 오는 것 아닌가하는 절망감이 엄습했다"며 "하루 종일 뉴스와 파주시의 대응에 협조하면서 음성판정이 나올 때까지 17시간이 10년도 더 걸릴 만큼 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양돈농가만큼 애를 태운 파주시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시는 지난 17일 최초 ASF가 발생하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최종환 시장을 비롯해 모든 방법을 동원 적극 확진소식을 전파하고 양돈농가와 시민의 주의를 방부했다.

20일 추가 의심신고 때도 가용인력을 모두 동원해 11개 방역초소를 70여개로 확대해 운영하는 등 확산방지를 위한 안간힘을 썼다. 특히 담당부서는 17일부터 귀가도 못한 채 수일 밤을 꼬박새면서 파김치가 됐지만 20일 추가 신고된 시료에서 음성판정이 나오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김영완 시 가축방역팀장은 "아마 부서에서 며칠 동안 세수한번 제대로 해본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고생한 만큼 음성판정이 나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시는 그러나 아직까지 안심하지 않고 있다.
ASF의 잠복기간이 20여일이라는 검역본부의 지침에 따라 지역 내 양돈농가 91개소의 출입금지 안내판과 농가주의 외출금지통보를 전달했다.
이와 함께 시 주최행사의 전면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 축산모임과 축산관련 행사를 일제 금지시켰으며 최종환 시장의 호주방문도 취소했다. 또한 시는 방역초소를 기존 55곳에서 70곳으로 확충한다
최 시장은 "의심신고의 음성판정이 나왔지만 잠복기가 긴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비상상황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며 "이미 살처분된 농가들에게도 정부당국과 협의해 보상절차 등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파주=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