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예회관 1인극 '너, 돈끼호떼' … 방대한 대사 한 번도 안 틀려 관객 환호
▲ 9월18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한 '너,돈끼호테'.

돈키호테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병약한 말 로시난테나 돈키호테의 하인 산초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돈키호테의 줄거리나 결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려울 듯하다. 나 역시도 풍차를 거인이라고 착각해 싸웠다는 괴짜 이야기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다.

마음먹고 소설을 읽고 싶어도 1600페이지에 등장인물만 660명이라고 하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이 무대에 올린 연극 '너, 돈끼호떼'는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역설적이게도 1인극이라는 형태로 등장인물을 가장 최소화했다.

한 명의 배우가 돈키호테가 됐다가 산초가 됐다가 이발사·풍차도 된다. 동물의 왕 사자도 연기한다. 연극은 한 늙은 노파가 오래 전 산초에게서 들은 모험담을 들려주는데서 시작한다. 주된 화자는 산초이며 그의 입장에서 돈키호테를 해석하는 구도다.

극 후반부에 결국 이 노파가 산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산초는 나이 들어 허리가 구부정해질 때까지 돈키호테가 입었던 갑옷을 두르고 다닐 정도로 그를 잊지 못한다.

산초는 '돈키호테 나리'를 열정적이고 순수했던 진정한 기사(騎士)였다고 읊조린다. 돈키호테야말로 자신에게 닥쳐온 온갖 두려움을 정면으로 돌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연극은 돈키호테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변화에 대한 두려움,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두려움에 맞서는 수단이 바로 극도의 이상주의였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날 유일한 연기자였던 배우 양승한은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돈키호테의 내적 혼돈과 그 이면의 진실을 깨닫는 산초 등을 마치 다른 사람들 인 듯 연기해 감탄을 자아냈다. 엄청난 양의 대사를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랩을 하듯 빠르게 뱉어내 관객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무대 한 편에 한 명이 배치돼 배우의 움직임마다 소리, 영상 등으로 공감각적 효과를 낸 '폴리사운드'도 신선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