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대응 상황실 개점 휴업
경제계 피로도 실체 없어
'경영안정자금' 지원 전무
▲ 일본경제 보복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인천 연수구 미추홀타워에 위치한 일본 수출규제 대응 태스크포스(TF) 상황실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미추홀타워. 지난 19일 오후, 이 건물 2006호 출입문은 잠겨있었다. 사무실 내부 조명도 모두 꺼진 채였다. 인천시는 지난 8월5일 여기에 '일본 수출규제 대응 태스크포스(TF) 상황실'을 차렸다. TF에 참여하는 기관만 모두 14곳으로 시는 상황실을 인천지역 일본 수출 규제 안내, 피해 기업 애로사항 상담과 접수창구로 활용한다고 했었다.

우리 정부가 18일부터 일본을 수출국가 우대국 이른바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한일 경제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순간에도 상황실은 가동되지 않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달 5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일본 수출 규제로 피해를 받았다고 신고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규제 품목이 반도체 소재에 집중돼 있다가 점차 통과되는 분위기라 실제 영업 손실을 겪는 경우가 인천에선 드물어 그렇다"며 "상황실 아래 18층에 관련 부서가 있어서 대신 취합해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여름, 일본이 먼저 시작해 한·일 두 국가가 경제를 놓고 벌이는 전쟁 속에서 인천지역 경제계 피로도는 아직 실체 없는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가 반도체 소재 제재를 기점으로 다소 진정되면서 인천 기업들은 영향권에서 멀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수출 규제로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 지역 기업 경영 위축은 계속되고 있고, 이는 어디에도 손 벌리기 힘든 리스크로 남아 있다.

18일 인천시에 따르면 일본이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해 직간접 피해를 본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에서 총 500억원을 긴급 지원하는 '경영안정자금'은 현재까지 집행 내역이 전무하다. 경영안정자금 지원 근거가 되는 피해 접수 신고부터 '0'건이라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시 산업진흥과 관계자는 "사태가 끝난 게 아니라 관련 예산 500억원이 소진될 때까진 신청을 받을 계획"이라며 "시가 매년 9000억원가량 지원하는 경영안정자금 중 일부를 이번 문제 때문에 떼 놓은 부분이라 마지막까지 소진이 안 된다면 다시 편입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7일 일본이 수출 규제 시행세칙을 공개하며 기존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포함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유지되면서 인천 경제계에 실질적 혼란은 비껴간 모습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실정도 아니다. 일본이 1120개 전략물자 가운데 어떤 품목을 수출 절차가 까다로운 개별허가 품목으로 돌릴지 모르는 일이다. 한국무역협회 인천지역본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천지역 일본 수입액은 41억900만달러다. 중국(80억3800만달러), 카타르(44억5200만달러)에 이어 세 번째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 TF에 속해 있는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제 반대로 우리 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인천 내 대일본 수출 기업들이 영향권에 있다"며 "정부가 당장 수출 규제 품목을 정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다만, 한일 경제 갈등 구조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만성화되면 인천 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