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진술 머릿속 생생 … 그놈 만나러 면회 가겠다"
▲ "화가 난다. 공소시효 없애지 못한 경찰도 잘못이다"고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맡았던 하승균 전 팀장이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감격스럽기도 하지만, 그놈이 처벌받을 수 없어 화가 난다."

14년 전 퇴직한 하승균(73) 전 총경은 인터뷰 첫마디부터 불같이 화를 냈다. 하 전 총경은 "공소시효만 늘려줬으면 처벌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놈 처벌도 못한다"고 혀를 찼다.

그는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가 주인공 역을 맡은 박두만 형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하 전 총경은 용의자를 쫓는데 경찰 생활 전부를 걸었다. 그는 최근까지도 사건 제보 전화를 받았다. 그놈을 잊을 수 없어 퇴직한 이후에도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그는 화성사건 당시 경기도에서 알아주는 '강력형사'로 불리며 수원경찰서 형사계장으로 재직했다. 1986년 12월 4차 사건이 발생했을 때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에 가담했다. 그는 9차 사건(1990)때까지 수사를 맡았다.

그는 경찰복을 벗은 지 14년이 넘겼지만, 사건 전모 하나하나를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언론을 통해서든, 후배 형사들과 이야기에서 든 화성사건과 수법이 조금이라도 유사하면 범인의 신상을 습관적으로 묻는다.

그는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날 사건브리핑이 열린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오전 일찍 찾았다.
하 전 총경 "목격자의 진술과 당시 자료가 내 머릿속에 다 있다. 내가 그려온 범인이 맞는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수감 중인 그를 만나러 교도소 면회를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사 현장에 있었던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도 SNS를 통해 "범인 검거 소식에 간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장 책임자였던 하승균 전 총경과 통화를 했다"며 "서로 감격에 겨워 전화기를 잡고 한참 울었다"고 기뻐했다.

그는 "용의자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모씨다. 당시 나이가 20대였으니 거의 맞아떨어진다. DNA와 일치했다고 하니 거의 맞다"며 사건 해결에 기대감을 보였다.

김 연구위원은 "하늘은 있다. 비록 공소시효가 지나서 그놈을 처벌할 수는 없어도 반드시 검거해 국민들 앞에 세워야 한다"며 "경찰이 앞으로 1~2달 정도 수사해서 전체 사건의 범인인지 최종 결과를 낼 텐데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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