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韓字 너 어디 있었니?] 37. 삭발
[한자 韓字 너 어디 있었니?] 37. 삭발
  • 여승철
  • 승인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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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만 민다고 뜻이 통하랴

 

▲ 髮(발)에서 머리털 긴 친구(友)가 바리캉으로 깎인 그때가 떠오른다. /그림=소헌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余(여)가 고등학교 1학년 때다. 그날도 어김없이 규율부 교사는 바리캉을 뒤춤에 들고 다니며 학생들 머리카락 길이가 조금이라도 규정에 어긋날 치면 여지없이 귀밑머리를 걷어붙여 올렸다. 그러면 어쩔 수 없어 머리를 짧게 잘라야 했다. 다음날 이에 불만을 품은 몇 녀석이 '빡빡' 밀고 왔다. 다음해(1983년)가 되어서야 교복 및 두발자유화가 시행되었으니 우리는 자유다.

불가佛家에서 출가수행자는 삭발을 한다. 이로써 일반인들과 분별되고 또한 세속에 물든 번뇌를 단절한다는 확고한 뜻으로 삼는다. 비단 그들뿐 아니라 해도 이 땅의 수많은 민중들은 머리를 짧게 잘랐다. 가난하여 청결하지 못했던 시절 머리카락에 기생하는 이()가 뿌연 서캐로 번식하는 것을 막는 방편이기도 했으니까.


포슬삭발(捕削髮) 이 한 마리 잡으려고 머리를 박박 깎다. 삭발정치는 내부에서 공감해 주지 않아 자신의 의지를 세우지 못해 드러내는 가식적인 제스처(gesture)다. 제 성에 차지 않아 안타깝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신발을 신고 발바닥을 긁어서(隔靴搔격화소양)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마치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 격'이다.

▲蝨 슬 [이 / 관(官, 벼슬아치)이 끼치는 폐해]
①風(바람 풍) 벌레()는 바람()을 타고 번식하는 데서 왔다. ②/蝨(슬)은 벌레()가 빨리 날아가는(신, 飛생략형) 모습으로서 ③바람을 잘 탄 그릇된 정치인들(+)을 비유한다.

▲削 삭/초 [깎다(삭) / 칼집(초)]
①肖(초/소)는 小(작을 소)와 月(육달월)이 합쳐진 글자로서 까다롭다. 닮다(초)와 꺼지다(소)는 뜻이 있다. ②削(삭)은 칼(도)로 조금씩(小소) 고기(月육달월)를 잘게 다지는 것이며 ③削(초)는 고기를 잘게 잘라낸(肖) 후 칼()을 넣는 칼집이다.

▲髮 발 [터럭 / 머리털]
①(머리털 드리워질 표) 사람의 머리털(삼)이 길게 (長장) 늘어진 모습이다. 그런데 이를 '터럭 발'이라고 잘못 배웠다. 아니 잘못 가르쳤다. ②(달릴 발)은 개(犬견)가 눈썹이 휘날리도록() 빨리 달리는 것을 표현했다. ③(발)에서 학창시절 함께 부둥켰던 친구(友우)들, 바리캉으로 머리를 깎였던() 그때가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장발(髮발)로 다녔던 때보다 더 말이다.

일제강점기로부터 남학생은 일본식 검정교복과 삭발을, 여학생은 세일러복(해군복)에 단발머리를 강요받으며 자랐다. 머리를 박박 밀거나 졸업식장에서 교복에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것은 단순한 반항과 관심끌기가 아니었다. 최근 보여준 일부 정치인들의 삭발과는 깊이가 다르다.

올바른 정치지도자라면 그토록 열망했던 자유를 외면하고 다시 억압과 구속의 굴레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이()는 부패한 관리를 상징한다. 무조건 좌우 진영논리로만 맞설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진정 인민을 위해 일하는지 살펴야 한다. 연후에 삭발을 하든지 머리채를 뽑든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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