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주식시장에서나 있을 법한 '물 타기' 전략은 본말을 흐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도수가 높은 증류주 블렌딩이 아닌 소주나 원유(原乳)에 물 타기가 발각되면 가게 문을 다시 열기 힘들다. 물 타기는 군중심리를 이용한 매우 위험한 여론몰이로 치닫게 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파동이 이어지면서 정치권 물 타기 주장들이 거세다.
지난 1일 아세안 순방길에 오르며 문재인 대통령은 입시제도뿐만 아니라 '공평과 공정'이 '우리 사회 전부의 숙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 장관 딸이 특혜 입시부정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경원 의원 아들의 국제학회 포스터 발표가 쟁점으로 결부됐다. 야권은 모두 물 타기의 전형이라고 반발했다.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물 타기가 논쟁이다.
기원 전 4000년경 인류의 문명은 물을 중심으로 싹텄다. 고대 오리엔트 지방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와 인도, 중국 등 문명사회는 강가에서 태동했다. 나일,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인더스, 갠지스, 황하 유역은 문자와 청동기를 사용한 도시국가들의 번성 시대였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우리 몸의 70% 정도를 구성하는 생존의 본질이다. 세계 인구의 과반이 물 부족으로 시달리는 실정이다. 현대인들은 첨단 과학문명 속에서 물의 흔적을 찾아 우주를 탐색한다. 물길과 물은 종종 지역 분쟁의 씨앗이 된다. 이란과 미국이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물과 불의 싸움을 전개할 태세다. 인천은 조선시대 갯골 수로였던 동구 만석동과 금곡동 배다리를 잇는 '수문통(水門通)' 물길을 복원하자는 주장이 많다. 시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우려먹는 감초 테마이기도 하다.
물은 곧 인간 생활이고, 필수 수단이다. 20여년 전 모로코에서 열린 제1회 '세계물포럼'은 '물 윤리'를 선언했다. '누구나 맑은 물과 위생시설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청수이든 탁수이든 물은 흐른다. 동력 없이는 역행할 수 도 없다. 인간만이 향유하는 가르침의 가치도 물과 같이 높은 경지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런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생각한다. 만물을 이롭게 하는 물이 흐르지 않고 특권 계층과 집단의 도자(陶瓷) 안에 갇혀 있다면 한국 사회의 공평과 공정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조국 장관 파동을 겪어 보니 정가부터 혼탁한 물을 정화해야 할 듯싶다. 대학가 젊은이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고 있다. 오늘 우리가 내세워야 할 담론이다. 불공정으로 가득한 도자를 깨고, 순리대로 깊고 잔잔한 맑은 물이 흐르는 세상을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