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철도인 경인선이 오늘로 개통 120주년을 맞았다. 1899년 9월18일 개통한 경인철도는 개항장인 제물포와 노량진을 오갔다. 평소 우마차로 한나절 걸리던 인천과 서울은 경인철도 완공 이후 1시간 30분 거리로 좁혀졌다고 한다. 독립신문이 경인철도가 첫 운행에 나선 모습을 다룬 기사도 이채롭다. "화륜거(火輪車) 구르는 소리는 우레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수레 속에 앉아 영창으로 내다보니 산천초목이 활동하여 닿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
경인선은 우리나라 최초 철도라는 역사와 한반도 수탈을 위한 일제 야욕의 산물이라는 두얼굴을 함께 싣고 달렸다. 경인선 개통은 근대적 교통 기관 도입과 함께 구미 열강과 일제가 국내 침투를 본격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인천항을 기반으로 전국 각지에 영향력을 넓히려는 열강의 각축 속에 일제는 결국 경인철도 부설권을 얻어 노골적으로 한반도 수탈에 나섰다. 그 예로 일제시대 주안역은 국내 첫 천일염전에서 생산된 대규모 소금을 공급하는 창구였고, 부평역은 일제 병참기지 통로였다. 아무튼 경인철도는 교통과 물류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면서 1905년 경부선, 1906년 경의선, 1914년 호남선 등 전국으로 후속 철도망을 확장하는 구실을 톡톡히 했다.

이제 그런 철도역사의 명암을 떠나 인천은 철길을 대폭 늘려 도시교통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희망을 키우고 있다.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제2경인선 철도 건설사업을 비롯해 도시철도망 확장 등 도시화 바탕을 이룰 큰 그림을 그린다. 경인선 개통 120년 만에 뒤를 잇는 노선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총 18.5㎞ 길이의 제2경인선은 청학·신연수·논현·도림사거리·서창2지구·신천 등 6개 역을 신설하는 철길이다. 제2경인선과 GTX-B, 서울2호선 청라 연장선, 제2공항철도(인천공항~인천역) 등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철길이 완공되면 인천과 다른 지역을 잇는 광역철도망은 72.2㎞에서 2030년엔 132.15㎞로 늘어난다. 120년이란 '세월의 무게'를 지나 이들 철길을 완성하는 날, 인천은 비로소 '교통혁명' 시대를 맞이했다고 자부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