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국립생물자원관연구관

 

▲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요즘 더위가 한풀 꺾인 가을볕에 공원을 걷다보면 민들레와 비슷해보이는데 미묘하게 다른 노란색 꽃들을 자주 만난다.
꽃모양도 꽃모양이지만 민들레하고는 피는 시기도 다른 것 같고, 무엇보다 키가 눈에 띄게 다르다.
분명히 민들레는 땅에 붙어서 잎이 자라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풀은 옆으로 가지도 무성하고 키가 1m이상으로 자라고 있다.
혹시나 하고 줄기를 살짝 꺾어보면 하얀색 유액이 나오면서 속이 비어 있다. 자세히 보니 민들레가 톱니 모양의 잎들이 돌려나는 것과는 다르게 이 꽃은 밋밋하거나 큰 톱니가 엉성하게 나있는 잎들이 어긋나게 자란다.

꽃을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혀꽃(설상화)으로만 되어 있고 끝이 5갈래로 갈라져 있다. 그런 모습이 이른 봄 나물로 많이 먹는 고들빼기, 씀바귀, 방가지똥 같은 여러 비슷한 풀과도 비슷하게 생겼다.
어떤 것은 벌써 씨앗이 솜털처럼 몽글몽글 맺혀 있다. 살며시 손을 대어도 쉽게 부서지지 않고 뭉친 모양을 유지한다. 바람이라도 불면 땅위에서 데굴데굴 굴러가는게 마치 솜뭉치가 날리는 것 같다.
이 식물의 이름은 '사데풀'이라 하는데, 이맘때 우리나라 바닷가 근처의 양지바른 곳이나 들판을 보면 어김없이 많이 피어 있다.
공원이나 도로변에도 무리지어 많이 피어 있어 가을바람에 맞추어 흔들리는 노란색 꽃들이 눈에 잘 들어온다.

이른 봄 강원도에서는 이 풀을 사쿠리나물이라고 해서 갓 자란 뿌리잎과 줄기의 어린 순을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고춧가루와 양념을 넣고 무쳐 나물로도 먹는다.
이렇게 무친 나물을 보리밥이나 비빔밥에 넣으면 아삭아삭한 것이 한 입맛한다.
전국에서 자라다보니 예로부터 불리우는 이름도 다양했다.
거매채, 고매채, 사데나물, 삼비물, 서덜채, 석쿠리, 시투리, 야고채 등등으로 불리우며 나물로 많이 먹어왔고, 뿌리나 줄기는 말려서 해열, 해독, 거담 등의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제 백로가 지나고 추분까지 가을볕이 한창 따사로울 시기이다. 높은 가을 하늘과 함께 서늘한 바닷가 바람과도 어울리는 사데풀 꽃들의 흔들림을 이참에 감상해봄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