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대신 가족여행에 통계상 '급감'
"여전히 고통" 목소리도

"명절 연휴가 끝나면 이혼율이 급증한다."

최근 이런 속설을 뒤집는 법원 통계가 나와 주목된다. 가정불화를 유발하는 제사상 차리기 등을 대신해 가족 여행을 떠나거나 도심에서 여가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이른바 '명절 이혼'이 급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인천가정법원에 확인한 결과, 올 설 연휴 다음날인 2월7일부터 한 달간 접수된 이혼 소송 건수는 177건, 협의이혼 건수는 749건이었다. 이는 전년도 월평균 이혼 소송 접수 건수 190건보다 13건 적은 수치다. 작년 월평균 협의이혼 건수 731건과 견줘선 18건이 많았으나 실제 증가율은 2%대에 그친다.

이대로 인천가정법원 판사는 "올해 설 연휴 직후 이혼 소송 접수 건수는 작년 월평균 수치와 비교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통계에 이혼 조정 신청 건수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협의이혼을 하거나 소송 절차를 거친다는 점에서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상 명절 이혼 건수가 예상보다 많지 않은 것을 두고 법률 전문가들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명절 풍속도가 변화하면서 부부 갈등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성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차례상 차리기 대신 가족 여행을 떠나는 등 전통적인 대가족 모임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누리는 소모임으로 바뀌면서 모두가 함께 즐기는 명절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전히 명절이 고통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에 올라온 '추석 없애주면 안 되나요?'란 글에선 "제사 때문에 여자들이 항상 피해를 봐야 한다. 행여 쉰다고 하면 남자들이 더 반대한다"는 등의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이범주 법무법인 조우 변호사는 "배우자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갈등 해결법을 찾는 것도 이혼을 막는 방법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정양원 변호사도 "이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가 될 수 있다.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선 전문상담기관 등에서 부부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