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대한민국 철도의 시작

 

'그 철길 위로 열심히 달리는 기차를 생각해보게나'(용혜원 '철길' 중)

9월18일, 대한민국 최초 기차가 인천을 출발했다. '천지를 진동하는 대사건'을 통해 한반도의 운명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날을 기념해 철도의 날이 제정됐지만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로 철도의 날이 6월로 바뀌었다. 철도의 날이 변경됐어도 철길은 그대로다. 철로변의 풍경은 120년 세월간 풍파를 겪었지만 역사는 쉼없이 전진한다. 그래서 '인천'은 끊임없이 이날을 기억하고 되새겨야 한다. 과거와 현재 인천과 서울에 머물던 철길이 겨우 한반도를 향해 한발 성큼 내디뎠고, 이제는 38선을 넘어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갈 날도 머지않았다. 경인선 개통 120주년을 맞아 인천발 철길의 지나온 길과 나아가야 할 철길을 그려본다.

2019년 9월18일. 우리나라 최초 철도인 경인선 개통 120주년을 맞는 날이다.
1883년 인천 개항은 세계에 인천을 알렸고, 국제항이라는 명성과 함께 제물포항 주변은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인천항 주변에 호텔이 들어섰고, 양관·청관 등이 줄지어 거리를 수놓았다. 인천항에 내린 외지인들은 경성을 가기 위해 어김없이 제물포항 주변에서 하루를 묵었고, 식사를 하며 응봉산 자락에서 인천을 즐겼다.

그러다 1899년 9월18일 인천(제물포항)~노량진이 개통되며 인천은 거쳐 가는 곳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하루 반나절 이상 걸리던 인천-서울행이 경인선을 통해 약 2시간이면 갈 수 있게 변하며 제물포항 주변 호텔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천의 풍속은 '사람'에서 '물류'로 자연스레 자리를 내주었다.

1897년 3월22일 쇠뿔고개(牛角峴)에서 경인선 기공식이 열렸다. 최초 인천역 예정지와 현 경인선과의 차이는 크다. 일본인 소유 부지 사용이 거절돼 현재의 노선으로 설계됐고, 특허일 등의 문제로 쇠뿔고개에 있는 우각동역 예정지만이 유일하게 확정된 만큼 이 곳에서 기공식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제의 온갖 억측으로 자본력을 잃게 된 미국인 J.R.모스의 부설권은 개통 수개월을 앞두고 일본인 손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손길신 한국철도교육문화협회 명예회장은 '최초의 경인철도 집중탐구'을 통해 "(모스가)철도부설을 위한 모든 자재가 이미 미국에서 수송됐고 3개의 한강철교 교각 설치공사까지 마쳤다"며 "매각 당시도 철도부설 공사를 끝까지 완공한 후 넘겨주겠다는 조건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계속 추진했다"고 언급했다.
1899년 10월25일 독립신문은 경인선의 운행시간을 인천발 오전 8시·오후 2시, 노량진발 오전 10시30분, 오후 4시30분이라고 했고, 서울~인천 간 운임이 상등(1등칸)은 1원50전이라 전한다. 당시 쌀 1가마(80㎏) 물가는 4원이었다. 한 세기 전 경인선 인천발 급행열차와, 운임 할인도 존재했다.

개통 후 한 세기가 지난 1999년, 시발지인 인천역 앞에는 조악한 기념 철도 모형이 세워졌고, 시발지도 종착지도 아닌 노량진역 인근에는 '철도 시발지 기념비'가 세워졌다. 인적이 뜸한 도원고개(도원역 인근, 옛 황골고개)에는 '한국철도 최초 기공지'라는 기념석이 있다.

조우성 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인천역 앞 철도 모형보다는 최초의 한국 철도 요람이라는 상징성을 비롯해 경인선 최초 기공식이 열린 도원역에는 기념사적 의의를 되새길 수 있는 것이 세워져야 한다"며 "인천이 우리나라 철도 시발의 중요한 곳임을 인천 스스로 놓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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