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평등 조례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보수 기독교 진영의 거친 반대운동이 계속되는 한편에선 전국 47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지운동이 또 한창이다. 이쯤만 돼도 사실은 대단한 발전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당하는 차별을 부당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오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런 논쟁이 있다는 것조차도 크나큰 성과라 아니할 수 없겠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성주류화 전략으로 일컫는 젠더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나라살림은 물론 각 지자체에서도 성인지 예산이 크게 늘었고 성인지 감수성이 확대됐다. 특히 여성친화정책은 돌봄과 안전, 건강 중심으로 도시 공간구조를 꾸준히 개편하는 데 기여해 왔다.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여성친화도시 지정사업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2010년 수원시와 시흥시를 시작으로 안산, 안양, 의정부, 용인 등 모두 14개 지자체가 여성친화도시 지정을 받았다.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우선 여성 역량강화와 돌봄, 안전 등에 대한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한 정책을 시행하고, 민관 협력을 위한 시민참여단 구성과 함께 이들의 활동을 정책에 반영해야 하므로 지정 그 자체로 성과라 할 수 있겠다. 그 가운데서도 수원과 시흥 등 올해로 9년차를 지나며 시민참여단의 경험을 축적해온 도시들의 성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가로등의 조도를 개선해 우범지역을 환하게 밝혀 노인이나 아동의 보행이 안전한 거리로 바꾼 사례는 여러 곳에 이른다. 문화카페를 설립해 소통하는 공동체 공간을 만든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렇듯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성친화도시 정책 또한 좀 더 강력한 추진을 요한다.
젠더 거버넌스를 목표로 하는 시민참여단의 활동은 아직도 각종 행사나 축제의 모니터링을 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불과 20여명에서 100여명 정도로 구성한 숫자와 연간 교육비 등을 포함해 2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에 이르는 운영예산의 규모도 시민참여단의 현재를 대변한다. 들러리 수준에서 벗어나 정책개발과 실천에까지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수준에 이르러야 비로소 젠더 거버넌스에 다가설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