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환자'에 새는 돈 선량한 가입자만 '피해'

 

'2017년 보험소비자 설문'서 과반이 '연성보험사기' 목격…심사 까다로워져 '수급 지연'

보험범죄는 단순 사기 영역을 넘어 보험 순기능에 장애를 초래하고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겨선 안 될 범죄다. 이미 보험범죄의 유혹은 우리 사회 저변에 짙게 깔려 있다.

10일 보험연구원의 '2017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를 보면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2200명을 대상으로 "가벼운 접촉사고 이후 병원에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임에도 하루 이틀 정도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처벌해야 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이 던져졌다.

놀랍게도 '아니오'라고 답한 사람은 68%로, '예'라고 응답한 32%보다 배 이상 많았다.

"가벼운 교통사고 이후 병원에 불필요하게 오래 머무르는 '연성 보험사기'를 목격한 적이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선 무려 53.5%가 '예'라고 답했다. '아니오'라고 답한 사람은 46.5%였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허위로 장기 입원해 보험금을 타내는 속칭 '나이롱환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경미한 범죄'에 그치고 있고, 보험범죄가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6년 발간한 '보험범죄의 발생 실태와 대책' 연구보고서에도 "보험범죄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45.5%가 더 많은 보험금을 받고자 장기 입원을 간접 경험했다고 응답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진단서 발급이나 입원이 쉬운 병원을 찾아 입원하는 것을 간접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39.7%였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문제는 보험범죄가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보험사와 보험공단, 더 나아가 일반 보험가입자에게까지 돌아간다는 점이다.

보험범죄를 통해 보험금이 부당하게 빠져 나가면 보험사나 보험공단 운영에 부담을 주게 된다. 이런 보험금 부담은 정상적 보험가입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줄이고 손해율 악화 요인으로 작용해 보험료 인상이란 결과를 낳는다.

아울러 보험범죄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면 보험금 지급 관련 심사가 까다롭게 돼 제때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피해도 나타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2018년 보험사기 피해액은 7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680억원(9.3%)이 증가했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7만9179명이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연구보고서에서 "보험범죄자들은 죄의식 없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골몰하고 있으며, 보험범죄 피해 규모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보험범죄는 현대사회의 위험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보험 제도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인범죄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