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의회 여당인 민주당이 집행부 거수기로 전락했다. 구청장 가족 개입과 졸속 추진으로 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남동구민축구단' 지원 조례안을 민주당이 본회의에 재부의해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남동구의회는 10일 열린 제25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남동구 구민축구단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일부 수정안을 재부의해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은 지난 4일 열린 구의회 총무위원회에서 6명 의원이 반대하고 2명 의원이 찬성해 부결됐다. 민주당 황규진(구월1·4동·남촌도림동) 총무위원장 주도로 조례안은 본회의에 재부의돼 살아났다.

K3리그 참가를 목표로 하는 축구단을 운영할 ㈜인천남동구민축구단에 운영비 절반인 5억~6억원을 매년 구비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조례안은 7월22일 입법예고를 통해 갑자기 등장했다.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거세던 중 이강호 남동구청장의 형이 ㈜인천남동구민축구단 사내이사를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회의에서 이 안건은 무기명 투표에 부쳐졌고 민주당 의원 10명 중 9명이 찬성, 1명이 반대해 가결됐다. 한국당 의원 7명은 전원 퇴장해 기권 처리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 부결 조례안을 집행부 압력에 의해 본회의에 회부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이강호 청장 거수기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는 사례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남동평화복지연대 이정석 사무국장은 "구청장 가족이 개입된 문제를 청장이 직접 구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다녔음에도 상임위에서 부결됐는데 다시 살아난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특히 황규진 총무위원장은 자신의 위원회에서 부결됐음에도 본회의 재부의를 대표발의한 건 위원장 자격이 없음과 동시에 청장 거수기라는 걸 인정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