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호 인하대 의대 내과 교수

 


인류의 수명이 극적으로 길어 지고 있다. 지난 20세기 초에 태어난 아이가 100세까지 살 가능성은 1%도 안 되었지만, 올해 선진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50%가 100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중 우리나라는 고령화의 선두를 달리고 있어 2017년 노령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고 2026년에는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노년의 질병압축(compression of morbidity)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망 전 아픈 기간이 짧아져, 수명만 길어 지는 것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실제 진료실에서 70~80대 환자 분들을 대하면 10년 전의 같은 연령대에 비해 체력 뿐 아니라 외모도 10년 더 젊어 보이는 것을 체감한다. 의학적 관점에서도 더 늦기 전에 은퇴 연령이나 60대에 대한 호칭 재정립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인류 역사에서 보지 못한 건강한 노령인들이 나타날 것이다. 이들이 젊은 층과 조화를 이루면서 자립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국가나 도시가 개인이 지식 자산을 만들고 건강 자산을 돌볼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이를 위한 두 축이 교육과 공공의료이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 린다 그래튼 교수는 세계적 저서 '100세 사회'에서 가까운 미래에 정보화와 4차 산업화로 고전적 직업 개념이 무너지고 대부분이 은퇴 후 20~30년을 더 살게 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지금의 산업 사회와 70세 남짓 수명에 맞춰진 '전업 교육-전업 직업-전업 은퇴'의 전통적 3단계의 삶은 사라질 것이라 예측한다. 탈산업화된 미래의 장수 사회에서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2~3개의 다른 직업을 전환하면서 생애 여러 주기에서 새로운 일을 익히기 위한 재교육을 받는 '다단계' 삶을 살 것으로 보인다.

20대까지 배운 지식으로 평생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예상보다 긴 삶은 재산과 같은 유형 자산으로 충분치 않고 적응력이나 지식, 건강과 같은 무형 자산을 더 중요하게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래의 인천은 '20대 이전 풀타임 교육'에서 삶의 단계 별 교육을 제공하는 '평생교육/재교육'의 패러다임으로 교육 인프라 구축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산업 생태계도 건강한 고령자들이 젊은 층과 시너지를 이루어 생산성을 끌어가는 환경을 목표로 변화해야 한다.

공공의료 분야는 취약지와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고전적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만성 질환 노령층 요양과 도우미 지원 등 노령층 케어는 분명히 당면한 중요 현안이다. 그러나 미래를 보고 병적 노년 기간을 줄이는 것과 건강한 노령인들의 급성기 치료와 일상 복귀 지원 체계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해 정부가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공의료의 범위를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필수 의료로 범위를 넓힌 것은 환영할 일이다.
아쉬운 것은 앞서 '종합대책'에서 시도별로 주요 대학병원을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선정하여 지역 의료 전달체계의 축 역할을 하면서 개발, 연구, 교육, 인력 파견 등 지역에 맞도록 필수 의료를 끌어가는 씽크 탱크의 역할을 하도록 하였는데, 국립대병원이 없다는 이유로 인천과 울산이 제외됐었던 점이다.
다행히 올해 예산이 배정되었다 하니 기회를 살려야 한다. 국립대병원이 없는 인천은 국가 사업에 핸디 캡을 가질 때가 간혹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천 시민들은 관내 사립대 병원들이 시의 공공 분야에도 기여할 자세와 역량, 특히 높은 윤리성을 겸비하도록 요구하고 평가하여야 한다. 모든 의료는 공공성을 가지기 때문에 사립대 병원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가오는 미래는 긴 수명 사회이다. 장수가 선물이 될 수도 있고 저주가 될 수도 있다. 긴 여정을 행복하게 살려면 재산과 같은 유형 자산과 인간 관계도 중요하지만 인생 전반에 걸쳐 새롭게 지식을 습득하고 건강의 자산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개인의 노력 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는 가까운 미래에 대비하여 시민들의 재교육과 건강한 노령인의 건강 자산 유지와 자립적인 삶을 위한 교육과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여야 한다. 건강한 고령자들이 젊은 층과 조화를 이루어 행복하게 사는 도시, 인천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