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는 화성시 양감면에 반도체 소재 생산기업이 추진하는 화성동진일반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조건부'라는 토를 달긴 했지만 조건이란 게 지역주민과의 상생협력과 주차장 보완 등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전면적 승인이나 다름없다.
경기도의 이 같은 판단은 최근 요동치는 한일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화성 동진산단을 추진하는 업체가 다름 아닌 일본이 수출규제 3개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라는 반도체 소재 생산업체이기 때문이다.

동진쎄미켐이라는 이 업체는 일본이 수출 규제에 따른 반도체 산업의 위기 국면 타개를 위해 18만㎡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 'EUV포토레지스트'를 향후 1년 이내에 국내 최초 생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수출규제 단행 이후 수개월에 걸쳐 화성 신규 EUV 생산공정에 투입될 포토레지스트 공동 연구개발(R&D)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2월 말 삼성전자가 '화성 EUV라인' 구축에 나선 것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삼성은 당시 EUV라인 건설에 들어가면서 올해 하반기까지 라인 구축을 끝내고, 뒤이어 시험 생산을 거쳐 2020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양상은 첨단 차세대 반도체 소재 양산을 둘러싸고 거대 기업과 강소기업이 서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와 반대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해당 업계의 이야기다. 언제나 있을 수 있는 리스크 분산은 물론 협업을 통한 하이테크 기술의 진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첨단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글로벌 기업들의 주문이 몰린다는 이점도 있다.
화성시에 이처럼 일본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반도체 소재 관련 대기업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강소기업이 들어섬에 따라 화성시의 지형 역시 빠르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화성시는 해당기업들과 시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협력하고 상생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구호보다 양질의 실현 가능한 기업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화성시의 미래상 역시 재점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