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으로 버틴 인생, 정치도 뚝심으로
▲ 성수석 경기도의원이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공부는 못했어도 '12년 개근상'
군부독재시절 민주열사의 노제
1년 중 200일 지내며 기리기도
배고픈 예술부흥운동까지 견뎌

보수텃밭 당선 … 시민열망 체감
정책서 소외된 농민 위해 최선을






"국민의 크나큰 열망을 받아 스스로 매일매일을 갈고 닦고 있습니다"

1년 365일 중 200일은 집회에 나가 민주화 열사를 기리는 노제를 드렸다. 배곯는 열악한 지역의 문예운동가에서 국민의 무거운 열망에 보답하기 위해 고민하는 정치인이 됐다.

성수석(민주당·이천1) 경기도의원의 이야기다.

1970년 이천시 백사면에서 태어난 성 의원은 창녕 성씨 집성촌에서 자라났다.

그런 그의 어린 시절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매일 10리 등굣길을 걸어다녔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으로부터 '유연함'을 배웠다.

"9년 동안 10리길을 산딸기도 따먹고 밤도 주워 먹으며 고개와 논두렁길을 걸어다녔어요. 그러다보니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과 날씨에 따라 변하는 유연한 자연의 모습을 눈에 담았어요. 그런 자연이 저에게 유연성을 가르쳐줬고, 지금도 유연함이 장점이라 생각해요."

동네에 고등학교가 없어 이천시내로 학교를 간 후에도 그의 긴 등굣길을 이어졌다. 그는 매일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한 번도 결석하지 않는 성실한 아이였다.

"학창시절 공부는 잘하지 못했지만, 12년간 개근상을 받았어요. 지금은 창의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당시 학교를 빠지면 안 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에 잘 순응하는 아이였어요."

그러던 그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깨닫게 된 것은 대학교를 진학한 후였다.

특히 경영학과를 다니면서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풍물패 활동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 저항의 상징이었던 풍물패는 민주화를 요구하고 군부독재를 타도하는 최전방에 서있었다.

"당시 대학생들이 사회문제에 참여하고 민주화와 군부독재타도를 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어요. 불합리한 상황을 바꾸고자 했던 지식인들의 투쟁이었죠. 이천에서 나고 자란 저는 그걸 몰랐었던 거죠. 생각해보면 대학교 입학 전까지는 악기나 풍물 등과도 관련이 없었죠. 다만, 천성적인 농부가정에서 자라난 고유의 끼가 있었나 봐요."

대학졸업 후에도 극단에서 활동하며 집회와 노동현장에서 불합리 해소를 위해 활동했다.

많을 때는 민주화 열사를 기리는 노제를 1년에 200여일 지내기도 했다고 한다.

돌아가신 열사의 모습을 재연하거나 투쟁의 의의를 알리기 위해 꽹과리와 장구, 북을 치면서 나섰다.

그러다 지난 1998년 지역의 문예부흥운동을 위해 고향인 이천으로 돌아왔다.

이천에서 조그만 문화공간을 시작하며 아이들을 교육하고 시민들과 함께 풍물패와 연극단을 만들어 같이 문화운동을 했다. 그는 '배가 곯는 삶'이었다고 회상했다.

"지역에서의 문예부흥운동을 위해 왔지만, 배가 너무 고팠어요. 그래도 숙명과도 같았던 문예운동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또, 언제나 맨 앞에 있었기 때문에 제가 흔들리면 후배들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앞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거죠."

배고픈 문예운동은 그를 정치의 길로 이끌었다.

그러다 지난 2018년 주위 사람들의 추천에 따라 지방선거에 도전했고, 보수의 텃밭이던 이천에서 60%가 넘는 표를 받아 도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느꼈다고 한다.

"지방선거 당선 후 두려웠어요. '국민의 열망이 이렇게까지 큰 산으로, 큰 힘으로 다가오는 구나' 그걸 체감하고 나니 어떻게 부응해야 할지 개인적 고뇌가 컸어요. 결국 공부하고 시민들을 만나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10대 도의회 입성 후에는 농정해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농정위 위원으로서 농민수당의 재원확보 방안과 변해가는 도내 농업환경에 따른 유통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농업은 다른 곳에 비해 환경이 좋은 편이에요. 특화작물과 채소 등 시설작물이 늘어나고 있고, 위치적으로도 좋아요. 전국 광역지자체 중에서도 경기도는 농지면적이나 농민 수 등에서 2위권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도내 농민들은 도의 정책에서 소외받고 있어요. 도는 제조업 등 다른 산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농업 예산은 국비에 맞추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요. 도만의 농정관련 자체 예산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한 시점이에요."

또, 농촌의 고령화 문제와 맞물려 있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한 해법마련에도 관심을 가질 예정이다.

지역구인 이천에 대해서는 '정주의식'을 살릴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천은 독립투자들의 이야기와 보물, 문화유적, 전설 등이 지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곳이에요. 이걸 좋은 문화 콘텐츠로 생산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고 좋은 정서적 애향심을 유지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또 수도권에 맑은 물을 제공하기 위한 이천시의 희생을 적절히 보상해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자원공사가 맑은 물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어요. 그런데 맑은 물을 위한 것은 이천시민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해요. 현재는 하지 말라고 제한만 하고 연간 60억원 수준의 재정만을 지원해주는 상황이에요. 이천시민들이 맑은 물을 함께 만들고, 수자원공사의 관리비용을 이천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야 해요."

그는 향후 신뢰받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치는 국민들과 시민들의 보편된 상식을 반영해 불합리를 바로잡아 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걸 제대로 보여줬을 때 국민들은 정치를 신뢰해요. 소외계층을 돕고, 불합리를 바로잡으며 신뢰받는 정치인이 되고 싶어요."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