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식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장

지난해 등록장애인은 258만6000명이다. 향후 급속한 고령화와 복지제도의 확대, 발전으로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먼저 장애인 증가와 함께 이미 장애인 고령화(등록장애인의 67.9%) 진행 속도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신체적 장애보다 정신적 장애 범주인 지적·발달·정신장애인이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신적 장애 발생 연령별 추이를 보면 15~9세가 35.6%, 30~49세가 30.5%, 50~65세 이상이 19%로 발생 연령층이 30세 미만으로 빨라지고 있다. 지적, 발달, 정신장애인의 발생이 유아기(아동), 유년층 등 20세 미만에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9년 이후부터 급격하게 증가를 보이고 있어 개인적 질병에서 보다는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최근 어느 국내 일간지에서 국민 10명중 7명이 " 내 삶이 불행 하다." 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현대인의 정신건강 인식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76.4%가 " 내 삶이 불행하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다." 라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불행의 원인은 무엇보다 ' 경제적 문제'였고 다음으로 주변인과의 관계 단절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의 정신건강(정신건강지수)은 나쁜 상태로 나타났다.
결국은 장애인의 지속적인 증가 뿐만 아니라 정신적 장애인(발달, 지적, 정신장애) 발생 및 증가 추세의 중요한 핵심 원인은 바로 '불평등'의 심화에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득 집중도가 미국 등 불평등 국가 못지않게 크게 악화되어 왔다. 이른바 상위 10%에 소득이 집중되는 시장소득보다 가처분소득의 지속적 증가로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한국의 지니계수는 0.33으로 그리 나쁘지 않다고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삶속에서 불평등은 좀처럼 좁혀지고 있지 않다. 결국 불평등이 온갖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그로 인해 소득 불평등을 사회적 문제 및 개인 건강문제의 인과 관계로 간주하는 연구가 최근에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리처드 윌킨슨(Richard Wilkinson)의 '불평등의 트라우마'에서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비교분석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인구 비율은 가난한 국가에 비해 불평등이 심한 부유한 국가에서 현저히 높다고 나와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가 21세기 초에 실시한 조사에서 밝힌 양극성장애, 광장공포증 등 정신질환의 평생 유병률이 미국, 뉴질랜드, 중국, 나이지리아 순으로 나타났다고 조사됐다.
이는 결국 생활수준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이 사회적 불안으로 인한 정신질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불평등한 국가에서는 정신질환 비율과 영아 사망률이 2배에서 3배 정도 높게 나타났으며, 10대 출산율과 수감률을 비롯해 일부 분석에서는 살인율도 불평등한 사회에서 최대 10배까지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는 비교적 평등한 나라에 비해 정신질환 비율이 3배까지 높았다는 것이다.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평가, 사회적 비교 또는 사회적 기울기로 인한 상대적 박탈과 우울증, 사회적 불안장애 등 정신적 고통이 사회적 질병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불평등이 심화되면 될수록 빈자, 부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이웃과 환자, 장애인을 도우려는 의지가 약화된다.
'제3의 길' 저자 앤서니 기든스는 "우리사회는 근본적 새로운 길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라고 했다.
평등을 포용으로 그리고 불평등을 배재로 재인식하여 개인의 건강여부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속한 우리 사회 문제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보야 할 것이다.

사회구성원에게 균등한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갖도록 하는 포용적 사회는 건전한 사회로,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의 건강지수가 높은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