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당 20억∼30억짜리 케이슨 블록 1개 후면부 일부 파손
"이번 태풍 피해 줄인 건 이 블록 설치 효과인 듯" 자평

서해 태풍 길목으로 일명 '핫코너'라 불리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항에 설치된 슈퍼 블록(케이슨)이 초강력 태풍 '링링'에 일부 파손됐다.

아파트 10층 높이의 28m, 무게 1만t짜리 대형 케이슨은 제작비를 포함해 설치비까지 개당 35억원이 들어간다.

케이슨(caisson)은 상자 형태로 제작된 초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말한다.

교량의 기초나 방파제, 안벽 등의 본체용 구조물로 사용되는데 내부는 흙이나 사석으로 가득 채워 그 무게가 엄청나다.

이 거대 케이슨을 쌓아 슈퍼방파제를 건설하면 100년 빈도의 태풍에도 끄떡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가거도항에는 이 케이슨 총 16개가 설치될 예정으로 현재 14개가 육지에서 옮겨져 기초공사를 마친 상태다.

그러나 태풍 링링 내습으로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52.5m에 거대한 파도가 일면서 케이슨 1개가 파손됐다.

파도가 몰아치는 항 전면부는 멀쩡하지만, 후면부 20여m가 부서졌다.

목포해수청 관계자는 9일 연합뉴스 전화 통화에서 "현장을 조사한 결과 케이슨 전면부는 문제가 없었으나 1개 케이슨 후면부가 파손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파도가 잔잔해 지면 케이슨에 변이가 있는지 정밀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태풍 때 방파제 설계 파고(12.5m)보다 높은 12.54m(가거초 측정 자료)였지만 케이슨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잘 견딘 것으로 나타났다고 목포해수청은 설명했다.

가거도 주민들도 "초속 50m가 넘은 초강력 태풍에도 마을에 별 피해가 없는 것은 거대 케이슨 설치 효과가 아닌가 싶다"며 "그동안 내습한 태풍에 64t짜리 테트라포드가 마을 앞까지 날아오고 유실되는 등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가거도항 항구복구 공사는 내년 말 완공 예정으로 공정률은 68%다.

인구 470여명의 가거도는 우리나라 맨 서쪽 섬으로 '가히 사람이 살 수 있다'해서 가거도(可居島)로 이름이 붙여졌다.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흑산도, 홍도를 거쳐 4시간이 걸린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