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링링에 담벼락 깔린 버스기사 숨져
市 보호수도 두 동강
강화 해바라기 축제 연기
▲ 남동구 구월동 '아시아드 근린공원'에 위치한 인천시 보호수 회화나무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두 동강 났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담벼락이 조금 오래된 것 같긴 하지만 태풍에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분명 열심히 일하던 한 집안의 가장이었을 텐데 … ."
8일 오전 인천 중구 한진택배 인천택배센터 정문 반대편 담벼락에서 만난 한 직원은 전날 30대 버스 운전기사가 담벼락에 깔려 숨진 사고를 언급하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매년 태풍으로 누군가 다친다는 소식을 듣지만 실제 주변에서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안전 관리에 조금만 신경 썼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날 현장은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링링'의 위력을 보여주듯 담벼락이 와르르 무너져 있었다.
전체 길이 약 100m, 높이 2.5m 규모의 담벼락은 3분의 1가량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고 벽돌들은 가루를 휘날린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안전 펜스를 치고 현장을 수습하던 또 다른 직원은 "바로 옆 인하대 병원에 흡연 부스가 있지만 밀폐된 공간이라 이용을 잘 안 하는 것 같다"며 "피해자인 버스 기사분 역시 이 같은 습관에서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담벼락 밑에서 담배를 피우다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남동구 구월동 '아시아드 근린공원'. 인천시가 보호수로 지정한 회화나무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두 동강 난 채 처참히 쓰러져 있었다. 500여년간 인천을 지킨 6m 높이의 거목이 속을 모두 드러낸 채 고꾸라지자 주민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남동구 주민 김모(67)씨는 "동네를 상징하던 나무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며 "태풍이 오기 전 가지에 지지대를 세웠어야 했는데 구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52.5m에 이르는 강풍을 동반한 태풍 링링이 인천지역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인천에선 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도심 곳곳에서 강풍에 간판이 떨어지고 나무가 뽑히는 등 1973건에 달하는 인명·재산피해가 접수됐다.
강화군 교동도 주민들이 준비해온 해바라기 축제 역시 태풍으로 꽃이 모두 망가지면서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관계자는 "관련 기관과 함께 후속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복구 작업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태환·이아진 기자 imsens@incheonilbo.com



관련기사
링링 떠난 인천, 산산조각 역대 다섯 번째 위력의 강풍을 동반한 태풍 '링링'이 인천 전역을 뒤흔들었다.인천대교의 차량 진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비행기 120여편이 결항됐다.강풍에 담벼락이 무너져 한 명이 숨지고 수령이 500년 된 보호수가 꺾이는 등 2000건에 가까운 피해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7일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 서쪽을 타고 북상하면서, 전국에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이날 인천에선 시내버스 운전기사인 30대 남성이 중구 ㈜한진 주차장 인근에서 무너진 담벼락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