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일부 유죄였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검사사칭 건과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친형 강제입원 건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무죄로 1심과 같았다. 그러나 바로 이 부분 친형 강제입원 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즉,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요약해 보자면 '보건소장 등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지시했다고 볼 수 없지만, 강제입원을 지시했음에도 선거방송에서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여론은 다시 이재명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향해 집중되고 있다. 국가의 차세대 지도자로서 그의 입지나 비중을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그보다 우리가 더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바로 경기도정이다. 1심 판결 후, 이제 비로소 뭔가 제대로 해볼 수 있겠다고 믿었던 터였다.

이 지사가 공약했던 주요정책들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고, 이 지사의 행보에도 거침이 없었다. 역대 경기도지사 가운데 그는, 또 그가 추진했던 주요 정책들은 사뭇 달랐다. 그동안 수면 하에서나 거론됐던 기본소득제와 개발이익 환수 등 진보적 의제들이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고, 성남시장 재직시절 일정한 성과를 거뒀던 주요 복지정책들이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주요 정책들은 대부분의 도민들 수준에서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아무리 복잡한 정책이라도 간결하게 의제화되었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추진되었던 탓이다. 특히 논란이 많았던 청년배당이나 수술실 CCTV 설치 등의 안건조차도 주춤거리지 않고 처음 계획했던 방향을 따라 일사분란하게 진행돼 나갔다.

그러나 지금, 뒤집힌 판결은 경기도에 강력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공직사회에 던져진 혼란을 어떻게든 감당해내야 한다. 도백의 철학을 밑거름 삼았던 진보적 의제들과 정책들도 그 주인공과 더불어 위기를 맞았다. 현 상황에서 가장 나쁜 경우의 수는 이 빈틈을 파고드는 사면의 공격 앞에서 갈피를 잃는 것이다. 공직사회의 위기관리 능력이 한층 더 요구된다. 도는 지금까지 제시된 주요 정책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일심으로 전진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