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교수

옛부터 명절 때만 되면 어른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계속 많이 먹으란다. 애정어린 마음에 더 차린 음식들이겠지만 아쉽게도 이는 곧 골칫거리를 낳는다. 명절이면 음식물쓰레기가 늘기 마련이다. 음식물쓰레기 수거일을 사전에 공지하는 등 비상청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낭비되는 명절음식을 실제 먹는 만큼만 준비하는 것 아닐까. '송편 등 추석 명절음식 많이 먹었냐'는 인사말은 적어도 음식물쓰레기 문제와 관련해서는 해선 안 될 말이다.
최근 명절 차례상 차림을 간소화하거나 지내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중국 송나라의 '주자가례'에 따르면 차례는 차(茶)로 예를 올리는 것이다. 전통·유교 문화 보존의 산실격인 성균관에서도 검소한 차례상이 기본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전부터 성균관에서는 "차례라는 말 자체가 기본적인 음식으로 간소하게 예를 표한다는 의미이다"라며 "명절 때문에 가정불화가 생기는 것은 옳지 않다. 함께 모여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 명절의 본질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 현실의 제사상에 올라온 각종 전과 송편, 고기산적 등은 대부분 기름진 고열량들이 많다. 또한 명절 음식을 한 곳에서 모두가 함께 준비하던 과거와 달리 품앗이하듯 음식을 각자 챙겨와 나누는 가정이 늘고 있다.

'포트럭'(potluck : 여러 사람들이 각자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서 나눠 먹는 식사) 형태가 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여성들의 명절증후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차례상을 직접 준비하더라도 최소의 시간을 들여 음식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이런 노력 덕분에 과거에 비해 명절증후군을 겪는 가정이 줄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명절의 개념이 조상을 섬기는 시간이 아닌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일 것이다. 전통문화를 고수하고 계승시켰던 유림들과 어른들은 이제 나이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집안의 어른들이 전통을 이어나갈 새로운 사람을 들이기 위한 절차를 서두르고 있지만 환경과 절차를 현실에 맞게 바꾸었고, 형식과 절차도 간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명절의 의미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는 명절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해보자. 그 방법들이 당장은 귀찮게 느껴지더라도 우리 사회와 가정의 이익은 물론 이웃에게도 도움을 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어김없이 명절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대책에 나선 각 지자체는 지난 설 명절에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관련 내용들을 홍보했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부터 분리배출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나와 있으니 이제는 우리 모두 전통의 정성어린 마음은 잊지 말고 낭비 줄이기를 실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