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헌 한노총 인천지역본부 인천도시공사 노조위원장


견제를 통한 균형 잡힌 국가 운영을 위하여 삼권분립이 국가 체제의 기본인 것처럼 기업에도 삼권분립이 존재한다. 기업의 소유자, 경영자, 그리고 경영 감시자의 분리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감시자의 역할을 위해 이사회가 존재하며, 다시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분된다.
기업 내부의 감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채택된 사외이사 제도는 기본 원리만 놓고 보면 이상적인 경영기법이다.

부족한 기업 내부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외부 전문가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사외이사를 선임함에 있어 경영진이나 기존 이사진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영입하게 된다면 사외이사는 요식을 갖춘 형식적인 행위에 그치게 될 것이다.
2001년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던 '엔론 사태'의 주인공 엔론에 무수히 많은 회계전문가가 외부이사로 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초유의 회계부정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이 같은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2007년 6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되어 12년째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검단신도시의 경우를 보자. 2008년 9월 발발한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와 그로 인한 내수경기 부진으로 검단신도시 사업은 좌초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당시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는 두바이 오일머니 4조원 유치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토지 매각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과오를 범한 바 있다. 그 외에도 미단시티, 도화구역도시개발사업, 송도석산개발사업, 십정2구역 등 굵직한 사업들의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공사 경영진들과 이사회는 공사의 이익, 즉 시민의 이익과 반대되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방만 경영의 사례를 보여준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의 사외이사와 동일 선상에서 이원화 이사제의 축을 이루는 또 다른 제도로 '노동이사제'가 있다. 사외이사와 다르게 노동이사는 누구보다 기업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노동자가 경영을 감시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둔다.

민선 7기 박남춘 인천시장은 공공의 의사결정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근로(노동)이사 조례(2018.12.10.)'를 공포했으며, 지난달부터 인천시 공기업을 대상으로 노동이사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을 발표했다.
노동자가 경영에 관여하는 노동이사제는 사외이사의 자율성과 독립성 훼손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자 경제민주주의의 실현 수단으로서 산업평화 효과, 투명성 제고, 경영진의 실무 부족 보강, 노사갈등 완화 등의 장점을 갖는다. 반면 시장질서의 교란, 비전문 경영인의 부적절성, 노동조합 탈퇴에 따른 노동자 간 갈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에 도입된 노동이사제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라는 막중한 의미를 갖기에 다음의 사안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노동이사는 누구보다 공기업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정치적 논리에 근거해 임명된 경영진과 달리 노동이사는 원래부터 기업의 구성원이었으며, 가장 오래 기업에 소속될 사람이다. 따라서 노동이사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실무적 현실을 경영에 포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해야 한다.
둘째, 이제 막 시작하는 노동이사는 노동조합이 아닌 사람에게 자격이 부여된다. 이는 자칫 사외이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처럼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직원 중 한 명을 노동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이에 노동이사의 선임과 관련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 확보가 필요할 것이며 무엇보다 노동이사와 노동조합, 그리고 직원 간 원활한 소통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기업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점을 노동이사는 항시 상기해야 한다. 공기업의 이익은 설립 지자체도, 경영진도, 이사회도, 노동자도 아닌 바로 시민에게 귀속돼야 하며 그렇지 못한 공기업의 경영은 부정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노동이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공기업의 이익이란 곧 시민의 이익이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이사는 실무 전문가로서 시민이 현장에서 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공익이 최우선시되는 경영 감시자로서 소임을 다할 때 진정한 의미를 새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