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교수
▲김지수 교수

 

 
급성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질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김지수(신경과) 교수팀은 감염 이후 자가 면역기전에 의해 전정 신경 및 소뇌, 뇌간에 이상이 생겨 급성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원인 미상의 어지럼증이 발병하는 메커니즘을 찾아내고자 어지럼증, 의식 및 근력 저하, 이상감각, 복시 등 급성 신경학적 이상을 보였으나 MRI에서는 특이 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환자 369명을 대상으로 '항강글리오사이드 항체(anti-GQ1b 항체)'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3분의 1에 해당하는 113명이 해당 항체에 양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체를 가진 113명 중 10%에 해당하는 11명은 다른 증상 없이 주로 급성 어지럼증으로 발현됐으며 외안근(바깥쪽 눈 근육) 마비, 근력 저하, 감각이상 등 증상이 나타나는 밀러피셔 증후군, 길랑바레 증후군 같은 질환과 구별되는 새로운 질환이었다.
 
'강글리오사이드'는 포유류의 신경 세포막에 분포하고 있는 물질로 세포 간 상호작용 및 분화, 성장 조절에 관여한다.
 
일부 환자의 경우 감염 이후 자가면역기전(자기 몸을 공격)에 의해 강글리오사이드에 대한 항체가 발생하고, 이 항체가 신경 손상을 유발해 근력 약화, 감각 이상, 복시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새로 규명한 사실은 항강글리오사이드 항체의 일종인 anti-GQ1b가 외안근의 운동을 담당하는 뇌신경이나 사지 운동, 감각을 담당하는 체성신경계를 공격할 뿐 아니라 일부에서는 어지럼증을 조절하는 전정신경과 소뇌·뇌간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질환은 눈떨림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비디오안진검사와 항체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일부 원인 불명의 급성 어지럼증의 발병기전을 규명함으로써 새로운 질환을 찾아 낼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면서 "급성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