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국회서 제자리걸음에 진상규명·피해지원 등 발목
생존자협 "하루빨리 통과를"

안산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1년여 넘게 국회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선감학원특별법 제정을 권고하고,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도 나서서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회가 응답하지 않으면서 결국 피해생존자들이 행동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선감학원이 폐쇄된 지 37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확한 진상규명이나 피해자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들은 아직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도는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피해자를 조사할 수 있는 명분이 없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려워 법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현재 선감학원의 수용 원생 신상은 물론 전체 피해자 규모조차 파악되지 못한 상태다. 특별법이 제정돼야만 조사 후 피해자에게 배상과 함께 각종 지원을 할 수 있다.

앞서 경기도의회 선감학원 진상조사 및 지원대책 마련 특별위원회는 지난 2017년 7월 '선감학원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 및 지원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안'을 마련해 본회의에 넘긴 바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4일 선감학원 아동침해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생존자 구제를 위해 국회의장에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진화위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 제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국회는 관련법 제정에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진화위법'은 지난 6월 25일 법안소위에 의결돼 아직 본회의를 통과되지 않은 상태이고, 특별법 제정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 갈등으로 국회 파행도 한몫했지만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진화위법 개정에 밀려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 특별법은 후순위로 밀렸다.

상황이 이러면서 선감학원 피해자들과 경기도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법이 제정되지 않으면서 4691명의 선감학원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규명 및 피해지원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결국 선감학원피해생존자협의회는 원미정 도의원과 함께 선감학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자 이달 중 국회에서 기자회견과 피해증언대회를 갖는 등 국회 압박에 나선다.

선감학원피해생존자협의회 김갑곤 사무국장은 "당시 선감학원 피해 당사자는 지금 버틸 수 없는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도 선감학원 특별법 제정 속도는 많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제라도 피해자들이 부랑아라는 불명예를 씻어낼 수 있도록 국회에서 법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5월 조선총독부가 군인을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당시 부천군(현재 안산시 대부면)에 있는 선감도에 설립한 시설이다.

강제로 수용된 부랑아는 총 4691명으로 복장이 낡았다거나 행동 불량, 주거 불명확 등의 이유로 끌려갔다. 이들 중 약 41%는 8~13세의 어린 나이로 염전, 농사, 축산, 양잠, 석화 양식 등의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김채은 기자 kc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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