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아닌 '귀'를 여는 것

 

▲ 聽(청)은 청중 뒤에서 까치발(壬) 들고 스승의 덕담(悳)을 듣는(耳) 모습이다. /그림=소헌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청문회는 1988년 처음으로 실시된 5공비리 청문회를 비롯하여 광주 민주화운동, 언론기관 통폐합 진상파악을 위해, 그리고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청문회가 있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지명된 사람에 대해 적합한 업무능력이나 자질을 국회에서 검증하는 제도다. 영어로는 'Hearings'라고 하는데, 청문회(聽聞會)는 각 문자 그대로 증인이나 참고인의 증언이나 진술을 '듣는 일'이 핵심이다.

그러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여당과 거대 야당의 정쟁政爭에 휘말려 결국 무산될 지경에 이르렀다. 들으려(聞) 하지 않고 말을 하려고(問) 했으니 당연히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 청문청문(聽聞廳門) 청문회를 거친 후에야 관청官廳의 대문에 들어설 수 있다. 이곳은 국무위원들로 구성되어 국가의 행정을 담당하는 내각內閣을 말한다. 문 정부에서도 청문보고서 없이 관직에 오른 장관들이 많다.

▲聽 청[듣다/ 살피다/ 밝히다]

(1)임금 또는 임을 뜻하는 壬(임/정)은 매우 까다로운 글자다. ①壬(북방 임) 십간의 아홉째며 북방에 거하는 임금(王변형)이다. ②壬(간사할 임) 머리가 기운() 선비(士)로서 간사한 생각을 하는 놈은 귀양을 보내는 뜻으로서 결국 壬(임)에는 목이 잘린() 선비(士)라는 뜻이기도 하며 ③壬(까치발 정)은 땅바닥(土) 위에서 까치발을 드는() 즉, 발뒤꿈치를 드는 모습이기도 하다. ④壬(베틀 정)은 아직 씨줄과 날줄이 걸려 있지 않은 베틀이다. ⑤壬은 한자를 우리 민족이 만들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글자 중 하나다. 지나支那에서는 이러한 뜻이나 음이 없었으니 당연히 글자를 만들 수도 없었다.
(2)①悳(큰 덕)은 直(곧을 직)과 心(마음 심)으로 이루어진 '곧은 마음'이다. ②德(덕)이란 한 번에 쌓아지는 것이 아니라, 곧은(直) 마음(心)으로 조금씩(척) 천천히 이루어지는 성품이다.
(3)聽(들을 청)에 있는 王은 바로 壬(까치발 정)이다. 뒤에 있는 청중들이 까치발을 들고 스승의 덕담(悳/德)을 들으면서(耳) 자신을 살피는 모습이다.
(4)廳(관청 청)이란 국가사무를 집행하기 위해 인민의 소리를 듣는(聽청) 큰 집(엄)이다.

▲聞 문[듣다/ 깨우치다/ 견문見聞]

①耳(귀 이)는 사람의 귀를 본떴다. ②밖에서 인기척이 나면 문(門)에 귀(耳)를 대고 듣는 것이 聞(들을 문)이고 ③이때 문(門) 밖에서 소리 내어(口) 묻는 글자가 問(물을 문)이다.

동남아 순방중인 문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오는 6일 귀국한 후 그대로 후보자들을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바다 속 어룡이 감동하고 초목이 알아준다(誓海盟山 서해맹산)'고 믿으며 기자간담회라는 셀프청문회를 마쳤다고 인민人民의 뜻을 얻었다고 할 수 없다. 그의 굳은 맹서盟誓는 반드시 청문회聽聞會를 통해서 밝혀져야 한다. 물어야(問) 들을(聞)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