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묵직해 … 미국물 먹고 큰 놈이 왔다


▲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 사장이 대형 SUV 트래버스 옆에 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지난 8월 말 본격 출시를 알린 한국지엠 쉐보레의 픽업트럭 콜로라도.

한국지엠 쉐보레가 최근 픽업트럭 '콜로라도'에 이어 대형 SUV '트래버스' 출시를 공식화했다. 한국지엠은 4일 강원도 속초에서 트래버스를, 지난주에는 횡성에서 콜로라도를 잇따라 공개하면서 대형 SUV, 픽업트럭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각오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한국지엠 인천 부평공장이나 창원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고 전량 수입 판매 방식이다. 얼마 전,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쉐보레 브랜드 가입을 신청한 한국지엠 움직임 볼 때, 수입차 시장 진출 과정에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장에는 무게감이 적지 않다. 두 차종뿐 아니라 카마로, 이쿼녹스, 임팔라, 볼트EV 등 기존 수입 모델도 수입차로 집계된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하나인 한국지엠의 앞으로 행보가 내수 생산과 함께 수입차 브랜드, 두 개로 갈리게 되는 셈이다.

정통 아메리칸 대형 SUV 트래버스. "미국 감성답게 시원시원해"

한국지엠 쉐보레는 트래버스 경쟁 차종으로 포드사의 '익스플로러'를 내세웠다. 국내 제품이 아닌 미국 경쟁사 차량을 내건 이유는 트래버스가 지닌 묵직함 때문이다. 트래버스는 전장 5200mm, 전폭 2000mm, 전고 1785mm의 차체 크기를 자랑한다. 특히 5.2m에 이르는 국내 최장 차체 길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과 3m가 넘는 휠베이스를 통해 여유 넘치는 실내공간을 실현했다고 한국지엠은 설명한다. 물론, 트래버스가 시장에 나오면서 국내 대형 SUV 자리를 확고하게 차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에 더해 기아자동차 '모하비' 등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지도 관심 사항이다.

한국지엠 쉐보레는 익스플로러와 대결에서 트래버스가 우위인 점은 전국에 넓게 퍼져 있는 서비스 네트워크망이라고 소개한다.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 사장은 트래버스를 공개한 자리에서 "트래버스는 미국 JD파워 조사 결과 내구성 부문 1위 등 수상한 제품"이라며 "국내 400여개 쉐보레 서비스센터를 통해 트래버스 고객 서비스를 확실하게 챙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저 톨레도(Cesar W Toledo) 한국지엠 부사장도 AS를 강조했다.

그는 "트래버스는 미국에서 검증된 모델로, 한국 소비자는 수입 모델로 트래버스를 인식할 것으로 믿는다"며 "쉐보레는 한국에서 최대 AS를 구축한 만큼, AS 등이 매우 용이하다"고 했다.
고향이 미국인 대형 SUV답게 연비는 높지 않다. 복합연비가 리터당 8.3㎞다. 고속에서는 리터당 10.3㎞, 도심에서는 리터당 7.1㎞다. 소비자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래버스 판매 가격은 ▲LT 레더 4520만원 ▲LT 레더 프리미엄 4900만원 ▲RS 5098만원 ▲프리미어 5324만원 ▲레드라인 5522만원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1935년 세계 최초 SUV를 만든 쉐보레는 대형 SUV 고향인 미국 시장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대형 SUV를 만들어온 브랜드"라며 " 한국지엠이 자동차 생산과 수출은 물론, 앞으로 수입차 업체로서도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통 아메리칸 픽업트럭 콜로라도. "국내 경쟁 차종 없다"

'아메리칸 정통 픽업트럭' 수식어가 붙은 콜로라도는 트래버스보다 1주일 정도 먼저 사전 계약에 돌입했다. 당시 콜로라도 공개 현장에서 경쟁 모델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카허 카젬 사장은 "국내 경쟁 차종 없다"고 답했다. 콜로라도는 쉐보레 트럭의 100년 역사가 담긴 중형 픽업트럭이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14만대 이상 팔린 브랜드 대표 모델이다 보니, 자신감 표현으로 해석된다.

차량 크기 부분에선 카허 카젬 사장 말처럼 국내에선 비교 대상이 많지 않다. 5415㎜에 달하는 전장에 전폭과 전고, 휠베이스가 각각 1830㎜, 1885㎜, 3258㎜이다. 사이즈는 국산 픽업트럭 모델인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과 비슷하다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콜로라도는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트럭 감성'을 담아냈다는 평가다. 트럭에 대한 이미지가 미국과는 조금 다른 한국에서 콜로라도가 얼마나 사랑받을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콜로라도는 5인승 차량으로 2열 좌석이 존재하는 4도어 크루 캡(Crew Cab)의 쇼트 박스 모델이다. 2열 좌석은 비교적 좁아 성인이 타기에는 다소 불편한 게 사실이다. 대신, 2열 시트 하단에 공구 등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적재함과 적재 공간과 연결되는 뒷유리에 여닫을 수 있는 '리어 슬라이딩 윈도'가 적용되는 디테일은 매력으로 다가왔다.

콜로라도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8.3㎞다. 4륜구동 모델 기준으로는 리터당 8.1㎞이다. 픽업트럭에서 중요한 적재 능력은 1170ℓ다. 콜로라도 익스트림 모델 가격은 3855만원, 최상위 트림인 익스트림-X는 4265만원이다.

한국지엠 내년 차세대 SUV와 CUV 국내 생산 예고

한국지엠은 부평공장에서 이르면 올해 하반기 '트레일 블레이저' 생산을 예고했다. 내년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 판매에 돌입하며 한국지엠 주력 판매 모델로 나설 예정이다. 현재 트레일 블레이저의 자세한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쉐보레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보행자 감지 긴급제동, 차선이탈방지 및 차선이탈경고, 어댑티드 크루즈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을 대거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스펙 그대로 출시될지는 미지수다.

글로벌지엠 해외사업부문 줄리안 블리셋(Julian Blissett) 사장은 지난 22일 한국지엠을 방문해 "작년 글로벌지엠이 한국 사업장에 차세대 SUV와 CUV 두 개의 중요한 글로벌 차량 프로그램을 배정하는 등 매우 중요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한국에서 견고하고 수익성 있는 미래를 위한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 중"이라고 전했다.

/양양=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사진제공=한국지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