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수원 '위안부 특별전'
11인작가 시선 피해자 기록 남겨
▲ 이대철作 'comfort woman'


1992년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고발한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27년을 투쟁하다 지난 1월 사망했다. 이제 이 땅에 위안부 피해를 입은 산 증인은 20명뿐이다.

홍일화, 이이남, 서수영, 권지안, 이대철, 이재형, 박정민, 아라 오샤간, 최윤정, 홍순명, 윤정선 등 현대 작가 11인은 각자의 시선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록을 남겨 세상이 이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도록 했다.
8월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기념해 수원시 영통구청 2층 'Gallery 영통'에서 '현대미술로 바라본 여성 인권:위안부 특별전'이 막을 올렸다.

여성 인권을 주목한 대표 작가들의 전시를 한데 모은 특별한 전시다.

지난달 29일 찾은 영통구청 갤러리 안은 온통 '꽃 내음'으로 가득했다.
'빈 들에 마른 풀 같다 해도 꽃으로 다시 피어 나고자(영화 김복동 OST '꽃' 中에서)' 했던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이 꽃으로 환생했던 탓일까?

'여성의 미'라는 주제로 자신만의 주제 의식을 전달해 온 홍일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안점순 할머니'를 공개했다.
고(故) 안점순 할머니의 모습은 한 떨기 모란꽃을 연상케 한다. 세상 어떤 꽃보다 아름답고 환한 모습의 할머니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세상의 모든 할머니들에게'라는 주제로 매년 할머니들의 모습을 그려온 홍 작가의 시리즈 작품 중 한 점이다. 존경받아 마땅한 이 땅의 어머니이자 할머니인 안 할머니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헌화'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배여 있는 작품이다.

단어의 재조합을 이용해 시각적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이대철의 'comfort(안락, 편안, 위로, 위안, 위안을 주는 사람) woman'은 위안부의 영어 명칭을 풀어낸 작품이다.

명사 'comfort'가 주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 피해로 수 십 년을 고통받았을 상처의 무게를 동일선상에 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을 우리는 작품을 통해 직면하게 된다.
UN에서 조차 아무렇치 않게 통용되고 있는 'comfort woman'이라는 단어에 숨겨진 역겨운 진실, 나아가 약소국의 서러움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까지 이 작가는 작품에 담아냈다.

시각적인 현상이나 형태보다 그 안에 역사와 경험, 감정들이 보여지기를 희망하며 어두운 글자들 사이로 금박을 드러내 보였다.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 'comfort woman'의 바른 표기법은 'Sexual slavery victims for the Japanese imperial army(일본 제국군을 위한 성적노예 희생자)'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힘을 싣는 이번 전시는 6일까지 Gallery 영통에서 계속된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