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대학에는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전임교원 외에 수업만을 담당하는 강사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전임교원이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시대상황을 감안한다면 비전임교원을 모두 전임교원으로 전환시키면 될 것 같은데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대학은 각 학과가 다양한 교과과정을 편성하여 필수적인 강좌와 선택적인 강좌로 운영한다. 학기마다 학생들에게 열어줘야 할 강의에는 고정적인 과목도 있지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거나 교원수급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과목도 있어, 강의과목 개설 및 담당강사 결정에는 탄력적 대응이 불가피하다. 다양한 교과과정을 위해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이 역할을 분담하여 강의를 담당하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느꼈을 일이지만 대학의 연구와 교육은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학문영역의 어느 한 분야라도 인기가 없다하여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사회의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며 오랜 기간 학문연구에 매진하는 후학들이 있어 대학도 국가의 경쟁력도 유지되는 것으로 대학에서의 후학양성은 우리들 몸의 머리를 지켜내는 일과도 같다.

후학양성의 책무를 짊어져야 하는 대학은 후학들에게 연구나 교육의 장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대학의 강사문제에 관심을 가져주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작 모습을 드러낸 강사법은 강사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곤경에 빠트리는 법이 되고 있다. 이는 대학경영이나 각 전공학과의 강사운영에 대한 몰이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법도 교육부 지침도 부실하다는 것이 교수와 강사들의 중론이다. 현장을 왜곡시키는 어설픈 정책 탓에 살려야할 약자들을 죽게 하는 법이어서는 곤란하다. 늘 문제 발생 후 허둥지둥 개선에 나서지만, 제발 정책이 실패로 드러나기 전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분야별로 시범적 운영이라도 해본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제도나 지침을 마련하길 바란다.

민주주의는 민이 주인인 체제이다. 민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분야에 국가가 끼어드는 것은 민이 주인임을 거부하는 처사이다.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국가의 관여는 신중해야 한다. 늘 국회인사청문회가 증명하듯이 국가가 관여하여 꼬인 교육문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국가가 강사들의 처우문제에 개입하려면 목소리를 내는 자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그것이 강사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는 만큼 강사전반을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했다.

교수들은 후학들에게 자신들이 하던 연구와 교육을 이어가도록 환경을 제공할 책무가 있다. 생계도 문제이지만 교육경험을 쌓도록 하기 위해 교수들은 강사들의 강의마련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강사가 전임교원들 못지않게 강의를 잘 해내는 경우도 있지만 강사는 역량이 뛰어나서도, 강의가 남아돌아서 위촉하는 것만은 아니다. 게다가 대학의 전공이 유행처럼 부침을 겪어 인기가 시들 때면 폐강 위기에 처하는 강좌도 많아 결정된 강사위촉이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한 명의 학생을 위해서 수업을 여는 대학들이 아니다. 전임교원의 강의마저 위태로운 현실에서 강사를 안정적으로 고용하라는 현행 강사법이나 교육부의 지침은 대학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가의 포퓰리즘 행태이다.

자리를 늘려 강사들을 교원으로 채용하면 좋겠지만 입학정원의 감소 등 재정위기에 처해 있는 대학이 감당할 사항이 아니다. 그런 속에서도 교수들이 강사들에게 강의를 마련해 주겠다는 책임감에 대학본부를 설득하면서 강사를 위촉해온 측면이 있었는데 법으로 강제하는 강사법이 교수들의 강사위촉을 어렵게 만들어 강사들의 처우개선은커녕 대량 실직 사태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대학은 학과의 교수들로 운영되는 체제로 상명하복에 익숙한 공무원 조직과는 달라 본부의 경영효율에 반하더라도 강사들의 강의 마련을 위해 교수들 나름의 역할이 있어왔는데 처우를 개선한다며 채용문제에 족쇄를 채워버린 강사법 탓에 강사들의 어려운 사정을 반영할 수 있는 운용의 묘는 차단됐다.
강사법 시행으로 발생한 문제에 교육부는 또다시 재정지원이라는 무기를 들고 해결에 나섰다. 제발 돈으로 대학을 지배하려는 사고는 버려라. 관리하려 들면 들수록 대학환경은 망가지고 만다. 개선을 원한다면 지원이 아니라 대학에 맡겨둬라. 정책만 펴면 나타나는 피해는 교육 전반에 걸쳐 있어 백년지대계를 위해 교육정책을 백년간 묶어둬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