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기분 따라 보너스? … 사장님들 요즘 어떠신지요

 

▲ 추석 연휴 이틀 전이던 지난해 9월20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선물과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인천일보 DB

회사원 김민철(가명·33)씨 관점에서 명절 상여금은 '사장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돈이다. 작년 추석에는 경영난을 이유로 보너스가 없었던 반면, 지난 설에는 연휴 전날인 금요일 오후 돼서야 30만원이 든 봉투가 내려왔다고 했다. 당시 사무실에선 "이번 명절엔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라는 탄성까지 나왔다. 민철씨는 지난 5년 동안 인천 남동구 제조업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그는 본인이 다니는 회사의 올 추석 상여금 전망치가 '나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8월 초 전 직원 휴가 때 휴가비 30만원을 받고 곧바로 찾아온 추석에다 요즘 회사에서 사정이 어렵다고 계속 얘기하는 시기"라며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일자리 얻은 친구들을 보니 내 연차 정도면 명절에 100만원씩 들고 오기도 하더라. 주변에서 인천이 수도권 가운데 명절 상여금이 좀 짠 지역이라고 하던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명절 상여금 전국 평균 이하

해마다 인천지역에서 설과 추석 두 차례 지급되는 명절 상여금 규모가 모두 얼마나 되는지 세무사사무소와 관련 기관에 도움을 구했으나 정확한 수치를 얻는 데 실패했다. 회사마다 지급 규정이 제각각에다 과세소득(소득증명)에서 상여는 항목별로 통계를 구분하지 않아 명절 상여금 부분만 빼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서구 한 세무사사무소 관계자는 "고정적으로 일정액의 명절 상여금을 정해놓고 때마다 지급하는 업체도 있지만 사업주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지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둘 중 뭐가 됐든 명절 상여금은 다른 상여와 함께 묶여 신고되는 상황"이라며 "일부 중소기업에선 명절 상여금이 크지 않으니까 접대비나 연구비 지출 등으로 금액을 올리기도 한다. 신고 체계상 인천 산업 내 명절 상여금 액수만 핀셋처럼 뽑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나마 경제기관들이 명절마다 기업들을 상대로 자금 수요를 조사하는 설문에선 명절 상여금 지역별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관련 조사를 꾸준하게 이어가는 기관 중 하나다. 근래 자료를 보면 인천은 대부분 명절마다 상여금이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 인천지역본부가 지난 2017년 설 직전에 내놓은 '인천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119곳에서 설 상여금 '지급 계획이 있다'고 밝힌 기업은 53.4%였다. 전국 평균(59.8%)보다 적었다. '지급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28.8%로 전국 평균(24%)을 웃돌았다. 예상 지급액도 1인당 평균 55만9000원으로 전국 평균(72만8000원)보다 16만9000원가량 낮았다. 2017년 추석은 인천에선 드물게 상여금 지급 계획이 60%까지 오르며 전국 56.1% 대비 3.9%p 높았다. 다만, 축소 지급(14.0%)이 많아 지급 규모는 전년보다 감소했을 거로 예상됐다.

2018년 들어 명절 상여금 지급 사정은 더 악화됐다. 그해 설에 '지급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인천 업체는 전년 설보다 1.9%p 내려간 51.5%였다.

중기중앙회 인천본부 관계자는 "2018년 추석과 2019년 설, 추석에는 인천지역만 따로 분류해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석 앞두고 자금 '빨간불'. "쓸 돈 많은 명절이라 더 아파"

최근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 도발이 중첩되면서 기업 체감경기가 크게 나빠진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연일 급락하는 마당에 인천 제조업 자금사정BSI는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전국 최저치에 머물고 있다. BSI가 '100' 이상이면 긍정 응답 업체 수가 부정 응답 업체 수보다 많다는 의미, '100' 이하인 경우에는 반대의 경우를 뜻한다.

인천 자금사정BSI는 지난 7월 '63'까지 떨어져 전국 17개 시·도에서 광주(63)와 함께 가장 낮다. 2017년 4월 '80'대 벽이 허물어지고 나서 올 5월 '60'대로 진입한 뒤 매달 하락 국면이다. 2013년 이후 인천지역 자금사정BSI가 '60'대에 접어든 건 2018년 9월(69) 한 달이 유일했다.

인천 중소기업 자금사정은 기업들이 얼마나 돈을 빌렸는가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체감이 된다. 한국은행 통화금융통계에서 인천지역 예금은행 중소기업 대출금은 2014년 27조657억원에서 올해 6월 39조8950억원으로 5년 만에 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예금은행 중소기업 대출금 상승률은 이보다 9%p 아래인 38%다. 제2금융권을 통한 자금 조달 현황은 더 아프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중소기업 대출금은 2014년 2조7263억원에서 2019년 6월 현재 8조1383억원으로 3배 남짓 몸집이 불었다.

서구에서 가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성구씨는 "이쪽 업계에선 요즘 자금 조달이 어려워 이자가 비싸도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일이 더러 있다. 신축 아파트에 납품하는 곳 말고는 장사가 안된다"며 "대기업처럼 중소기업 사장들도 명절에 직원들에게 두둑이 보너스 줘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생존이 목표가 된 영세업체 입장에선 참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명절 상여금 겨울·가을 지역 경제 지표. 소비 경제와도 연관

한국은행 인천본부는 지난 2017년 12월 말, 인천 BSI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지역 제조업계가 2018년 새해에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당시 인천 제조업 전망BSI가 '70'으로 전달보다 8p 떨어진 것이다. 비제조업도 침체였다. 업황·전망BSI가 각각 '53'과 '50'을 기록하며 전달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인천본부 조사가 있은 뒤, 2018년 2월 설 명절 전에 중기중앙회 인천본부가 지역 기업들에게 명절 상여금 지급 계획을 물어보니 전년 설보다 1.9%p 하락한 51.5%만 '지급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설 명절이 자리한 2018년 2월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포함한 인천지역 대형소매점 매출액은 2420억1100만원을 기록했다. 2017년 설 연휴가 있던 1월 인천지역 대형소매점 매출액 2665억9500원과 비교해 9.2% 주저앉은 셈이다. 같은 기간 전국 대형소매점 매출액이 7.2%(5조7938억9300만원→5조3785억6800만원)내려간 것보다 2%p 높은 숫자다.

인천지역 경제단체 관계자는 "결국 명절 상여금도 기업 형편이 좋아야 나올 수 있는 보너스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당연히 명절 성과금 지급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일정 부분 소비 경제도 위축되는 것"이라며 "명절에는 정책 자금을 효과적으로 풀어 자금난을 단기적으로라도 개선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올 명절에도 경영안정자금 줄줄이. 관심 두고 신청해야

인천신용보증재단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난달 말, 200억원 규모 소상공인 특별 경영안정자금 지원 계획을 밝혔다. 추석 전후 일시적인 유동성 자금 부족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특별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특별자금은 이번 달 30일까지 시행되며, 보증한도는 업체당 최대 1억원 이내에서 재단 심사에 따라 지원된다. 인천신보는 해당 기간 동안 서류 제출과 심사 방법을 대폭 간소화해 소상공인이 적기에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신속한 보증지원을 약속했다.

인천본부세관은 지난 26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추석명절 수출입 특별지원 대책'을 통해 일시적인 자금경색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제조업체의 납세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납세액의 50% 범위에서 최대 1년까지 '무담보 납기연장' 또는 '분할납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