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민화특별전 '상상의 벽 너머 낙원으로 갑니다'
[리뷰] 민화특별전 '상상의 벽 너머 낙원으로 갑니다'
  • 장지혜
  • 승인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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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다산·장수' 욕망 고풍스레 묻어나
바랜 화폭에 은은한 색감 돋보여
섬세한 묘사·수묵기법 조화 '일품'
▲ 관람객들이 책가도에 관해 전문가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송암미술관

벽 한 면을 두른 병풍에 커다란 책장을 그려 넣었다. 읽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책을 책장에 또 그렸다.
그런데 여기 책만 있는게 아니다. 석류와 복숭아가 있다. 쏘가리와 새우도 보인다.

19~20세기 널리 퍼졌던 민화 책가도(冊架圖)의 모습이다. 주로 병풍화의 형태를 띠는 책가도엔 책과 함께 문방구, 화병뿐 아니라 과일과 꽃, 동물들이 출연한다. 모두 출세와 다산, 불로장생 등의 기원을 담고 있다.

인천 송암미술관이 올해 말까지 전시 중인 민화 특별전 '상상의 벽 너머 낙원으로 갑니다'를 관람했다. 책가도를 포함해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와 화조어락도(花鳥魚樂圖)가 전시돼 있었다.

전시회가 특히 내세우고 있는 책가도는 조선시대 정조가 궁에 책가도 병풍을 두게 한 데서 성행했다고 한다. 본래는 왕실과 상류층에서 서가 안에 책이 가득 꽂혀있는 그림으로 즐겼으나 갈수록 책 대신 상서로운 동물과 식물, 정물이 사용됐다. 책가도가 서민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다복(多福)을 염원하는 그들의 욕망을 그림에 투영한 셈이다.

서민들은 이런 병풍을 세워두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사물 그림으로 그날의 운수를 점치기도 했다. 전시회의 제목인 '상상의 벽 너머 낙원으로 갑니다'도 병풍 너머의 의미를 상상해보자는 취지로 지어졌다.

민화이기 때문에 대부분 작자를 알 수 없는 작품들은 송암미술관 소장품이거나 OCI미술관에서 일부를 대여해왔다. 특히 8폭 화면에 책과 문방구, 중국 고동기를 비롯한 각종 꽃과 과일, 채소와 어항이 그려진 1900년대 책가도는 기명절지도 형식이 혼합돼 회화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연꽃잎에서 게가 기어 나오거나 개구리가 튀어 오르는 등의 섬세한 묘사가 수묵 기법과 조화를 잘 이룬다. 바랜 화폭에 표현된 은은한 안료의 색감이 고풍스럽다.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연꽃은 청렴을, 붓과 벼루 등 문방구는 관직등용을, 씨가 많은 석류와 유자 등은 자손을 상징한다. 새와 물고기는 대체로 두 마리씩 쌍으로 그려졌는데 이는 부부간 금슬을 소망하는 의미라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부부 사이 화합은 쉽지 않은 숙제인가 보다.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전시인 만큼 송암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많았다.
관람객 A씨는 "일상의 공간에 세워졌을 병풍에 무한한 상상력과 대담한 바람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고 감상 소감을 밝혔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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