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노영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추석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농가는 농산물 수확에 바쁘다. 농협은 농업 조합원들이 출하하는 농산물을 제때에 팔아주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도시의 대형 매장을 비롯해서 동네의 소형 가게까지 추석 선물을 준비하는 소비자를 겨냥해서 선물꾸러미를 진열 판매하고 있다. 물질이 풍부해지고 마음도 넉넉해지는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올해 첫 벼 수확은 지난 6월 경기도 이천에서 있었다. 유명 상표의 상징성을 갖기 위해 2월에 비닐하우스에서 모를 키우고 소각장 폐열을 이용해 온수를 공급해 조기에 수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노지에서 벼를 첫 수확한 것은 경남 창녕이다. 지난달 7일 벼를 수확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이어서 충남 당진, 경남 사천·의령, 경북 김천에서 수확했다. 추석에 필요한 햅쌀을 공급하기 위해서 농업인들이 서둘러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살아온 민족이어서 쌀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밥이라 하면 쌀로 지은 것만을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고 쌀로 지은 밥을 먹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았다고 하는 게 일반적인 정서이다.

6·25전쟁 후 우리는 먹고 살 것이 부족해 보릿고개를 보내면서 풀뿌리와 나무 껍질로 허기를 달랜 적도 있다. 더군다나 베이비 부머라고 부르는 세대가 태어나던 시대여서 먹고 살기가 더욱 어려웠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다수확 품종의 볍씨를 몰래 가지고 들어와 재배도 해보았으나 기후가 맞지 않아 실패했다고 한다.

1960년대 말에 인디카와 자포니카를 교배하여 개발한 통일벼를 1970년부터 보급을 시작해 1977년에 '녹색혁명 선언'도 했으며, 국내 수요를 충족하고 해외 수출도 했다고 한다.
통일벼는 병충해에 약하고 2모작이 어려우며, 볏짚으로 새끼나 가마니를 만들기도 용이하지 않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지만 국민들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통계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제공되는 통계를 보면 1990년도에 축산물은 3조9000억원으로 전체 농산물 18조5000억원의 21.1%를 차지했다. 2017년도에는 축산물이 20조1000억원으로 39.7%를 차지하고 줄곧 농산물 생산액 1위를 차지하던 쌀은 2016년도에 그 자리를 돼지에게 내주었다. 그만큼 우리의 식생활이 바뀐 것이다.

축산업이 발전하면서 농가의 평균 소득도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 왔지만 쌀을 농업의 근본으로 알고 지내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의아해 하기도 한다. 다음 주 맞이하는 추석연휴 기간 동안에 벼가 익어가는 노란 들녘을 바라보면서 우리들의 마음이 한결 풍성해지는 계절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