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예술공원을 거쳐 조금 더 오르면 관악수목원이다. 삼성산과 관악산 사이에 위치한 관악수목원은 1967년 국내 최초 연구 목적으로 조성한 학술림이다. 이곳에는 약 1554㏊에 1500여종, 10만여 그루의 나무가 서식한다. 안양시민들은 물론 산을 좋아하는 수도권 주민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휴식처였다. 요즘 이 수목원 때문에 안양이 온통 시끄럽다. 종전에 서울대가 관리하던 이 수목원을 아예 서울대에 무상 양도하겠다는 정부의 발표 때문이다. 서울대의 법인 전환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안양시민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수목원 지정 이후 40년을 넘게 서울대가 일반인들의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개방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가뜩이나 불만이 높았던 터였다. 학술적으로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얼마만한 성과가 있었는지를 시민들은 모른다. 최소한의 접근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대학 측이 이런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거나 공유했을 턱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의 감정을 지배하는 건 오직 '빼앗겼다'는 상실감 뿐이다. '법인 소유가 아니라 공익적 가치를 충족하는 공원으로 조성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는 그래서 더욱 당당하고 타당하다.

최근 40여 일을 넘게 기재부와 청와대, 관악수목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심재민 안양시소상공인정책연구소장 앞으로 기재부의 답변서가 도착했다고 한다. '교육부로부터 관악수목원을 서울대에 무상 양도해달라는 요청협의가 현재까지는 없으나 추후 요청시 관련 법률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며, 안양시민들의 반대의견도 참고하겠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심 소장은 "광양 백운산 학술림의 선례처럼 관악수목원도 무상양도를 거부하고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지난 5월 국무조정실에서 열린 무상양도 및 국립공원 지정 관련 관계기관 실무자 2차 회의에서 기재부는 국유재산의 서울대 무상양도는 최소 면적으로 국한하고 더 이상의 무상양도는 없다고 밝혔던 당초 입장을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선례가 있다면 선례를 따르는 것, 또 다른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다. 모쪼록 기재부는 '개방을 통해 수목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시민의 의식도 함께 만들어 가자'는 안양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