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인천의 맛
[썰물밀물] 인천의 맛
  • 이문일
  • 승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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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일 논설위원

"짜장면 시키신 분~"
한때 한 통신사 광고가 웃음을 자아내며 유행을 탔다. 국내 최남단 마라도 해상에서 외친 말이다. 그렇게 우리에게 배달은 일상적이다. 오늘도 배달 오토바이는 곳곳을 누비며 갖가지 음식을 실어나른다. 요즘엔 배달음식이 다양하지만, 얼마 전만 해도 중국요리가 배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짜장면·짬뽕·우동·탕수육 등이 주류를 이뤘다. 그 가운데 짜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골메뉴였다. 1960~70년대만 해도 짜장면은 일반 가정에서 외식을 할 때 단연 최고의 음식이었다. 그나마 졸업식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에나 맛볼 수 있었다. 아직도 이에 대한 기억과 추억으로 중국집에 가면 으레 짜장면을 찾게 된다.

이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짜장면의 고향은 인천이다. 1912년 무렵 개업한 '공화춘(共和春)'에서 탄생했다. 시쳇말로 원조(元祖)이자 인천의 '맛'인 셈. 공화춘이란 이름은 청나라를 무너뜨린 중국의 신해혁명(1911년) 후 '공화국의 봄을 맞는다'는 의미로 지어졌다고 한다. 공화춘이 있던 중구 선린동 일대는 당시 청나라 조계(租界)였다.

개항장에 외국인이 자유롭게 통상·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이 조계다. 당연히 중국인이 많이 살았다. 1883년 일제에 의해 강제 개항된 인천에 중국 산둥지방 화교들이 밀려들면서 소개된 음식이 짜장면이었다. 인천항에서 일하던 화교 출신 노동자들이 간편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게끔 짜장면을 만들었다. 한국전쟁 후 미국의 밀가루 원조 등으로 1970년대 전성기를 맞았던 공화춘은 이후 점차 쇠락의 길을 걸어 결국 1983년 문을 닫았다고 전해진다. 2012년 4월부터는 공화춘건물(등록문화재 제246호)에 짜장면박물관이 들어섰다.

각설(却說)하고 공화춘은 지금 성업중이다. 다만 공화춘의 명맥은 원조의 혈연과는 전혀 상관없다. 일찌감치 누군가 공화춘 상표등록을 한 뒤 중구 차이나타운에서 2004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상호는 잃었지만 그래도 원조의 외손녀는 차이나타운에서 꿋꿋이 S반점을 운영한다. 그 중국집은 입소문을 타고 주말이나 휴일엔 줄을 서야 하니, 공화춘의 맥을 이어받았다고 할까.

공화춘과 프랜차이즈 사업 업무협약을 맺은 한 외식기업이 엊그제 서울 서초구에 공화춘 매장을 열었다고 한다. 인천 송도점과 롯데 인천터미널점에서도 개업한 공화춘의 '서울 입성'은 처음이다. 이 업체는 현대백화점 신촌점·판교점, 롯데백화점 부천 중동점 등에도 잇따라 매장을 열 예정이다. 아무쪼록 오래된 공화춘의 명성에 걸맞게 짜장면을 비롯한 다채로운 요리로 인천의 '맛'을 널리 알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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