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이사장

이번만큼은 반드시 굴복시켜야 할 대상이라는 불화같은 국민적 정서와 19세기 후반 조선 경제가 몰락했을 때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기술과 자본. 제도가 지금 우리가 누리는 성장의 발판이 되었으므로 일제 식민지배의 청산은 사실적으로도 맞지 않으며 이미 배상을 다했다는 일본의 주장이 맞물려 지금 우리와 일본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벌이는 대립의 결과를 세계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일본의 무력침탈로 36년 동안 식민지를 당했다. 그때 우리는 강제징용, 위안부, 착취, 방화, 노략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난을 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뿐이랴. 임진왜란 시 유성룡의 서애문집에 보면 당시 일본은 우리의 사직을 무참히 짓밟았고 우리 선왕의 능을 파헤치고, 우리 백성을 도륙하고 우리의 자녀들을 잡아가고 우리의 재물과 곡식을 다 없애버렸다고 했다.

식민 지배 74년이 지난 오늘날 일본은 또 다시 경제침략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저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에게 패망하고도 경제대국으로 우뚝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1950년 한국전쟁 덕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한국전쟁용 군수 물자와 구호 물자를 가까운 일본에서 생산하고 공급함으로써 특수를 누렸기 때문이다. 한국 최대의 비극이 일본에는 전후의 피해를 복구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최대의 기회였던 것이다.

또 2011년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이 파괴되고 그로 인해 방사능이 유출되어 일본 대부분의 국토가 오염됐다. 태평양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방사능 유출로 인하여 생태계가 파괴되고 각종 생물에 영향을 주고 있는 시점에서 2020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한다. 전 세계 올림픽 참가 선수들과 관광객들에게 방사능 식품을 먹여 생체실험을 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처럼 자신이 당한 것만 곱씹고 피해자는 아랑곳하지 않는 식의 뻔뻔함을 가진 것이 일본의 모습이다. 국제적 신의와 도의, 역사에 대한 반성과 책임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그 어떠한 일도 할 수 있다는 속성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할 정도다.
결과적으로 일본을 이기려면 일본을 알아야 한다. 그들의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롯하여 국민성, 정서 등을 옳게 알아야 한다. 일본이 싫으면 싫을수록 더 연구하고 주변 국제정세의 흐름에도 민감해야 한다.
노자(老子)에 이르기를 남을 아는 것이 지(智)이고 나를 아는 것이 명(明)이다. 그들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이 두렵지 않다고 하였다. 남을 이기는 것은 유력(有力)이다. 곧 힘이 있어야 이기는 것이다. 힘의 근본은 교육이다. 과거의 치욕을 잊지 않도록 배워서 알고 애써서 아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다시 서애문집을 인용하면 이렇다. 예로부터 이적(夷狄, 일본)은 신의로 회유하기 어려우니 반드시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권한이 우리에게 있고서야 싸우면 이기고 지키면 튼튼하고 기미(낌새를 보이면)하면 순종한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노 재팬 현수막을 내걸고, 일식집에 가지 않는다고 지일하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에 저들은 무얼 하는지 살피고, 약점이 없는지 연구하고 목계(木鷄)가 될 때까지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가 모두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과거 청산에 급급하여 미래를 잃고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일본은 역사적으로나 현실로나 반드시 뛰어넘어서 되갚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나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은 힘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그저 감정만 가지고 싸우자고 한다면 오히려 그들에게 교만심과 그들이 더 우경화로 무장하는 빌미를 제공할 지도 모를 일이다.
지(知)는 아는 것이다. 지(智)는 그 아는 것에 실천을 더하는 것이다. 지일 없이 극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