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범수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온 나라가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 연일 시끄럽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심지어 젊은이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름 일리와 설득력도 있다. 하지만 누구 말이 맞는 것인지, 어느 의견이 타당한지 쉽게 결론짓기도 참 어렵다. 대체 누구 말을, 어느 편의 의견을 반영하여 판단해야할까.
노나라 출신인 공자는 50대 초반에 노나라에서 법무장관에 해당하는 대사구(大司寇) 벼슬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다. 노나라 임금인 정공이 공자를 임명하기 전에 다른 신하들에게 자신의 뜻을 이야기하고 의견을 들어볼 생각이었다. 정공이 공자 임명의 문제를 신하들과 의논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 좌구명(左丘明)은 다음과 같이 비유해 정공에게 설명한다.

"공자는 지금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성인입니다. 성인이 관직을 받으면 소인배들은 관직을 떠나야 합니다. 왕께서는 그 일로 쫓겨날 사람들에게 공자의 임명 문제를 상의하시려고 하니 결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제가 들은 우화 하나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주나라 때 어떤 사람이 가죽옷 입기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또 맛있는 고기 음식을 좋아했습니다. 그는 아주 값비싼 여우 가죽옷 한 벌을 만들어 입기 위하여 여우와 이 문제를 의논했습니다. '너의 가죽을 주면 옷을 만들어 입겠다'고 말하자 여우는 깊은 산 속으로 숨고 말았습니다. 그는 또 맛있는 양고기 요리로 잔치를 열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양에게 의논하기를 '나를 좀 도와주게. 자네의 살 열 근만 베어 주면 나는 그걸로 잔치를 열고 싶네'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은 소리를 질러 다른 양들에게 신호하고 모두 숲으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래서 10년이 지나도 가죽옷을 입지 못했고 5년이 지나도 양고기 잔치를 열 수가 없었습니다. 왜 그랬겠습니까? 원인은 그가 의논할 대상을 잘못 골랐기 때문입니다. 지금 공자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할 생각을 하면서 그 법관에게 쫓겨날 사람들과 의논을 하는 것은 여우 가죽을 얻기 위해 여우와 의논하는 꼴입니다. 양고기 구하는 일을 양과 의논하는 꼴이 아닌가요?" 이 말을 듣고 노나라 군주는 크게 깨달아 곧바로 공자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7000년치에 해당하는 기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한 가지 기술'을 30초 이내에 답해 달라고 한다면 '적합한 사람을 뽑아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일'이라고 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진정 위대한 기업을 만들고 싶은 리더라면 자기 시간의 50% 이상을 사람에 관련된 일, 즉 사람을 뽑고 평가하고, 전보하는 데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얘기다.

신라 화백제도는 그 일에 상관이 있는 사람은 제외하고 토론하여 만장일치를 이끌어냈다. 법관이 연고자의 재판을 맡지 않는 것도 판단이 흐려질 여지가 있는 사람의 정보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방법이다.
무슨 일이든, 어떤 조직이든 해당 사안에 대하여 판단하고 결정할 때는 이해관계자가 제공한 정보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개인이나 조직의 이기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정보, 정확한 정보, 가치 있는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정보 제공자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고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