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잘 안다는 생각은 착각
韓정부 어이없는 합의에 다시금 분노
시기 적절한 영화
▲ 영화 '김복동' 포스터 /사진제공=영화공간주안

군복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줄 알고 일본군 성노예 현장에 끌려간 김복동 할머니. 그녀는 당시 14세였다.
지옥 같은 8년을 보내고 살아 돌아왔지만 그녀는 죄인처럼 숨어 지냈다. 그러던 1992년, 김복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고발하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영화공간주안'에서 상영하는 영화 '김복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가 27년간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벌인 투쟁의 기록이다. 인물을 중심에 두고 증언을 이어가는 구성은 기존 다큐멘터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김복동의 존재 자체가 증거이고 상징인 상황에서 그녀의 시간을 지켜보도록 한 기록만으로도 강력한 가치를 품고 있다.

"위안부를 강제연행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으며 일본이 져야 할 책임도 없다"는 일본의 망언을 듣고 김복동이 직접 일본으로 달려가 "여기 증거가 왔다"고 절규하는 장면을 보면, 이 영화가 만들어졌기에 얼마나 다행인지 싶다.

영화는 줄곧 사죄 않는 아베 정부의 뻔뻔함과 이에 대항하는 김복동 할머니의 힘겨운 싸움을 플롯으로 이끌어간다. 할머니를 돕는 여러 단체와 시민들, 다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극의 전개를 거든다.

그러던 중 2015년12월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합의'를 기점으로 흐름이 전환된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일본에게 10억엔의 위로금을 받는 조건으로 어이없는 합의를 하고 만다.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서도 '적절한 해결'을 약속하며 물러섰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듣고자 일본을 대상으로 평생을 싸운 할머니는 일본이 아닌 나의 조국에게 당한 배신에 몸서리친다. 그토록 씩씩하고 꼿꼿했던 아흔 한 살의 김복동은 끝내 아이같은 울음을 터뜨렸고 급격히 노쇠해졌다. 해결해야 할 일이 일본의 사죄에서 '화해와 치유' 재단 철거로 하나 더 늘었다. 올해 초 결국 할머니는 숨을 거뒀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피해자를 두 번 죽인 한국 정부에 대한 분노가 오래도록 남는다. 누군가는 '또 위안부 영화인가'라며 지겨워 할 수도 있지만, 영화 '김복동'을 보다 보면 그동안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던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한지민은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는 피해자가 내민 손을 잡지 못한 가해자. 끝나지 않은 전쟁을 잊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지금 또 다시 적반하장식 경제침략을 가하는 일본과 여기에 대응하는 한국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도 적절한 영화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