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2019학년도 대입 전체 모집인원은 34만7478명이었다. 이 중 26만4691명(76.2%)이 수시전형으로 선발됐다. 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 실기 등이다. 올해 2020학년도 수시 비중은 이보다 높아진다. 1997년 대입 수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77.3%를 기록하게 된다. 상위 20에 대한 80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정시제도가 학력 서열화와 무한 경쟁을 조장하고,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창의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문제가 불거지면서 입시 불공정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수시와 학종이 도입되면서 객관적 잣대가 사라졌다는 불만이다. 적어도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학부모, 학생들의 불만이다. 수백만 원을 마다하지 않는 입시 컨설팅을 동원할 정도로 맞춤형 진학 지도 없이는 입시 당락을 좌우할 스펙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수저 전형일 바에야 차라리 수시제도를 폐지하자는 분위기다.

21일 시작된 '대입 입시비리의 온상인 수시를 폐지해 주십시오'라는 국민청원이 2만명에 달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입시제도로 비춰진 수시 입시에 대한 공정성이 위기를 맞았다. 80의 반란이다.
시험은 사회질서를 정당화하는 수단이고, 더 나아가 국민 성향을 형성하는 문화 요소이다. 특히 시험제도에 따라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주체적 사고가 제약되기도 한다. 수능의 5지택일형 시험방식이 대표적이다. 정답과 오답이 뚜렷한 지식만이 평가의 대상으로 선택된다. 한마디로 다른 관점으로 해석한다면 오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미 선진국이 오랜 역사를 쌓아온 SAT, 바칼로레아, 아비투어 등은 한국의 입시제도와 차이가 크다. 우리의 시험제도가 얼마만큼 수험생의 주관과 관점, 해석을 표현하도록 유도하는지도 관건이다. 또 스펙을 가공하기에 이른 입시제도로는 상위 20을 80이 따라갈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청년 개츠비가 위대한 것은 꿈을 가졌기 때문이다. 비록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부의 대물림 없이도 부호가 될 수 있었던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였다. 꿈 꿀 수 있는 사회는 열망과 가능성에 있다. 요즘 위기의 대한민국이다. 젊은이들이 희망보다 절망하는 사회구조로 치닫기 때문이다. 불공정에 항변하는 젊은이들의 상처가 촛불로 번지고 있다. 80을 끌고 갈 공정성 확립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