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민 인하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얼마 전 모 대학의 스포츠 관련 전공 교수께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 다니기에 이유를 물어봤더니, 최근 몇 주 동안 '필라테스(Pilates)'를 했는데 운동 전보다 무릎이 더 많이 아파졌다고 한다. 그래서 무릎 통증이 없어질 때까지 당분간 필라테스 운동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필라테스는 신체의 전체 근육을 과학적으로 단련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매트나 배럴(Barrel), 필라테스 아크 (Pilates Arc) 등 다양한 기구를 사용해 척추 및 복부 부위의 안정성을 기초로 신체적인 균형을 추구하며 근력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

'왜 스포츠 전공 교수님이 이렇게 좋은 운동을 하면서 무릎에 무리가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하셨을까?'하고 반문하고 싶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이 참 불편한 현실이다.
운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건강한 삶을 지속적으로 향유해 가는 것이며 운동을 통한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면 운동의 가치는 더 없이 높아진다. 누군가 "운동하는데 돈을 쓰시겠습니까?"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데 돈을 쓰시겠습니까?"라고 질문한다면 여러분의 대답은 무엇일까? 아마도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데 돈을 쓰겠다고 답한 사람보다 운동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을 거라 믿는다.
옛말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또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처럼 건강한 신체를 잃고 나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다시 건강한 신체를 위해 재활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논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생활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의 의료보험제도가 얼마나 훌륭한 제도인지에 대해 단 몇 초의 망설임도 없이 '엄지척'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데에 많은 금전적 노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자 노력하는 데에는 정부의 보조가 상대적으로 인색해 보인다. 수년 전부터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같은 상황을 놓고 다른 패러다임으로 접근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방대해지는 의료비 보조보다는 아직 병환으로부터 자유롭고 자신의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헬스클럽과 피트니스센터 등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직접적 세금감면 혜택 또는 운동프로그램 참여 지원금을 통해 미래에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미래의 어느 순간에 경제적인 수치로 두 정책을 비교해 본다면 어떤 정책이 더 효과적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의 수정과 변화가 신뢰할 만한 시설, 지도자, 프로그램과 함께 균형 있게 제공될 수 있는가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혁신적 개혁을 위해 지난 5월부터 다양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권고안 중 '제5차 권고안'의 주된 내용은 '스포츠 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스포츠클럽의 활성화'이다. 즉 대한민국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스포츠클럽 정책을 일정기간에 이루어내야 하는 '사업' 성격에서 벗어나 평생 지속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제도'로 인식하고 시설, 지도자, 프로그램 등을 풍요롭게 지원하도록 추친해주길 권고하는 내용이다. 먼저 발표되었던 '제2차 권고안'은 '신체활동 증진을 위한 학교스포츠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었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은 스포츠교육과 관련하여 많은 연구물에서 이미 그 타당성을 입증했다. 유소년 시절에 습득한 스포츠 활동에 대한 경험은 평생 동안 스포츠 활동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을 허물어버리는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신뢰할 만한 시설, 지도자,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몇몇 스포츠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신뢰할 만한 지도자인지 검증도 안 된 수백 개의 운동방법 동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후죽순처럼 쉽게 접하고 있는 스포츠 프로그램들 중에 과연 내가 믿고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 나를 가르치고 있는 코치나 트레이너는 충분히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믿을 만한 지도자인가? 스포츠 전공 교수님도 배우다가 부상당하는 씁쓸한 현실 속에서 운동 상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스스로의 몫이다.

부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검증되고 신뢰할 만한 지도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지도자인증제도가 조속히 시행되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은 세금감면 등의 스포츠 활성화 정책보다는 현행 재활을 위한 의료비 지원이 더 나아 보인다.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와 운동프로그램 지원, 그리고 그 프로그램으로 인해 발생한 상해를 치료하는 의료비 보조는 이중 지원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